새 정부 25일 첫 경제장관회의…경기 활성화 대책 논의
정부도 성장률 하향 조정…한은 금리 인하 우회 주문…경기 부양에 '올인'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대책 이달말 발표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대 후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성장률이 2% 중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와 정부에 내놨다.
정부는 2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만간 발표할 경기활성화 종합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KDI, 2%대 중반 추락 ‘경고’
정부 싱크탱크인 KDI는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경제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해 올해 성장률이 2.7~2.8% 수준에 그칠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당초 전망치(전 분기 대비 0.8%)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KDI는 이에 따라 경기 둔화 폭을 줄여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묶는 ‘폴리스 패키지(정책조합)’를 주문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됐으며 이후 정부와 청와대가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총리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생활협동조합 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성장률이 정부나 연구기관들이 작년 말 예상했던 것(3.0%)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번주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발표할 때 수정 전망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책조합에 금리도 포함
현 부총리는 경기활성화 대책 방향과 관련, “폴리시 패키지가 필요하다”며 “정책 조합에는 금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KDI의 제언과 같은 취지다. 현 부총리는 다만 “금리문제는 금융통화위원회 영역인 만큼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은도 정책조합에 통화정책이 포함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추경 편성과 금리정책이 함께 가면 분명히 효과는 클 것”이라며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을 지켜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현 부총리의 발언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독립성을 해친다기보다는 정책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수준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올해 1분기를 포함, 7분기 연속 0%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신속한 정책집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출범 뒤 한 달이나 늦게 경제팀이 출발하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한 상태”라며 “그동안 준비했던 대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ㆍ엔저 대책도 강구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 종합대책도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위축된 시장 심리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생애 처음으로 6억원 이하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에게는 취득세(세율 1%)를 아예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주택 구입자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부총리는 “DTI와 LTV는 기본적으로 금융 건정성에 중점을 둔 제도”라며 “부동산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출기업을 위한 엔저(엔화가치 하락) 대책도 추진 중이다. 엔저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수출경쟁력 확보방안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 당분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자본 유출과 유입 측면을 함께 살피고 국제적인 동향과 자본자유화 규약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심기/주용석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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