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21일(05: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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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家과 상의없이 조현문 전 부사장 1200억 블록세일 주도
- 오너 일가 지배력 손상에 효성그룹, ‘골드만삭스 책임론’ 제기…“오너 화 안풀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의 갑작스런 1200억원 규모 효성 지분 매각으로 그룹내 ‘골드막삭스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 전 부사장과 지분 매각을 자문한 골드만삭스가 일절 상의 없이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효성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졌다며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 대주주 일가와 일절 상의 없이 효성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효성그룹 회장과 사장단 모두 조 전 부사장의 매각을 도운 골드만삭스에 대해 좋지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IB업계는 인수·합병(M&A)시장에서 잠재적 인수자로 자주 등장하는 효성그룹이 국내 선두권 M&A자문사인 골드만삭스에 대해 ‘출입 금지령’수준의 강한 유감을 가지고 있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달 초 조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효성 주식 252만1000주(지분율 7.18%) 중 240만주(6.83%)를 골드만삭스를 통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로 팔아 치웠다. 예고없이 순식간에 팔리다보니 주당 매각 가격은 당시 종가인 5만6500원보다 6~9%할인돼 ‘헐값‘에 팔렸다. 총 매각가는 1300억원 안팎으로 인수한 곳은 주로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자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 전 사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을 매각할 때, 오너일가에 피해가 안가도록 우호적으로 매각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며 ”계열사들에 넘기거나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점을 형성할 때 매각하지 않고 여러가지면에서 그룹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조 부회장과 함께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도 효성그룹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효성그룹은 우발적인 블록세일로 △최악의 경우 대주주 지배력 약화에 따른 적대적 M&A위험 노출 △헐값으로 매각한 효성 주식을 ‘고가’로 재매입한 데 따른 수억원 비용 발생 △경영권 승계 조기쟁점화 등의 유·무형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 매각으로 최악의 경우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도 있고, 총 주식수의 3분의1이 의결해야 하는 합병, 영업양수도 등의 사안을 대주주 일가가 처리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효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30%밑으로 떨어져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지게 됐다.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조현문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한 직후 금융권에서 1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123억원으로 ㈜효성 지분 22만543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어 7만7556주를 매수했고 이어 이에 뒤질세라 조 회자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도 11만2150주(0.32%)를 매수했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 및 친인척오너 일가와 일부 임원의 주식 수를 합한 지분율은 여전히 27.59%로 30%밑이다. 지난달 오너일가 지분은 33.24%였지만 한달만에 6%포인트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뜻밖의 블록세일에 대한 여파는 ‘오너리스크’뿐만 아니라 우발적인 비용도 발생시켰다. 조현상 부사장의 효성 주식 22만5430주 매입단가는 평균 5만4500원선으로 조현문 전 부사장이 매각한 5만2500원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조현문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매각하느라 헐값에 판 주식을 다시 인수하다보니 고가에 매입하게 된 것이다. 매매 타이밍 잘못으로 주당 2000원, 총 4억5000만원의 손해가 난 것이다.
조석래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장남 조현준 사장과 3남 조현상 부사장 사이의 후계 구도 대결 논란이 일찍 불거진 것도 효성그룹측에선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당초 세 아들 사이의 ‘3자 경쟁’이었던 효성의 승계 구도가 지난달 둘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사임과 지분 매각으로 갑자기 양자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효성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효성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검토했지만 당시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효성의 현금 가용력이 제한적인 만큼 하이닉스의 성공적인 지분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설령 효성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현금흐름 등을 고려할 때 이자비용을 커버하기도 버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성그룹은 당시 시장의 부정적 전망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그룹에 통보하고 안하고의 사정은 매각주관사와는 관계가 없다"며 "지분 매각 자문사로서 역할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안대규/좌동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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