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좋은 생선 직접 고르고 큰포장 상자로 비용 줄여
대금은 다음날 지급…현지 상인들도 만족
“저 가격엔 못 사지예.”
가는 비가 내린 지난 20일 새벽 부산 공동어시장. 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등어 경매가 끝나자 물건을 사지 못한 경매인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이날 고등어는 전날보다 상자(70~80마리)당 2만5000원 오른 11만5000원에 팔렸다. 고등어는 3월 중순 이후 어한기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상승세다.
고등어를 비롯한 수산물은 일반적으로 4~6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어민 손에서 부산 공동어시장과 같은 위탁 판매장을 통해 경매인에게 넘어간 수산물은 산지(産地)에서 선별·포장 작업을 하는 협력업체와 중간 도매인 등을 거치며 가격이 더 오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은 ‘어민→산지 경매인→대형마트’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전통시장 물건은 노량진수산시장 등 중간 도매시장 1~2단계가 추가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10~20%의 마진이 붙는다. 21일 고등어(중품) 한 마리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3315원으로 전날 산지 경매가격(1438~1642원)보다 2배 이상 비쌌다. 광어, 우럭, 도미 등 횟감으로 주로 쓰이는 양식 어종의 유통경로도 비슷하다.
수산물 유통구조는 6~7단계에 이르는 농산물에 비해서는 단순하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유통단계를 추가로 줄이기는 어렵지만, 단계마다 비효율적인 요소를 줄여 가격을 낮출 여지가 남아 있다.
롯데마트는 이 점에 착안했다. 소매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유통마진 축소 방안을 찾기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를 운영, 지난달 말부터 개선방안 시행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우선 수산물 선별·포장 등 ‘상품화’ 업무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산지 경매인에게 일임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모두 유통마진에 포함시켜 지급해왔다. 경매인과 유통업체 사이에서 상품화를 담당하는 협력업체의 역할을 대형마트가 흡수함으로써 산지 유통과정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경매인과 직거래를 하되 산지 협력업체의 역할은 남겨둔 다른 대형마트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경매인에게 주는 대금 결제방식도 ‘익일 결제’로 바꿨다. 3~4일마다 구매하는데, 예전에는 한 달에 두 차례씩 몰아서 지급했다. 대신 경매인에게는 경매 수수료 외의 마진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과거에는 낙찰가에 3.3%의 경매 수수료와 15%의 각종 경비를 얹어 경매인에게 지급했지만, 지금은 3.3%의 경매 수수료만 준다.
그렇다고 경매인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공동어시장 경매인인 이상돈 대복물산 대표는 “대금 결제가 앞당겨지는 만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현금흐름이 원활해져 좋은 물건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장방식도 개선했다. 예전에는 300~400g짜리 고등어가 30마리 들어가는 상자를 사용하고, 포장 전문인력에게 상자당 4000원을 줬다. 지금은 고등어 75마리가 들어가는 상자를 사용하면서 상자당 6000원을 준다. 마리당 포장비용을 133원에서 80원으로 줄였다. 이용호 롯데마트 수산물 수석상품기획자(CMD)는 “도매업자의 중간 단계를 줄이고 물류·포장 비용을 아껴 수산물 구매가격을 15~20% 낮췄다”며 “최종 소비자가격도 25%가량 낮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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