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고 나눠타자" 집카의 성공
스마트폰으로 예약 후 원하는 곳에서 픽업·반납
1시간 차 빌리는데 주유비 포함 8달러
한달 내내 빌려써도 車유지비의 절반도 안들어
‘렌터카는 꼭 하루 이상 빌려야 하나.’ ‘영업소 방문과 번거로운 서류 서명 절차를 없앨 수는 없을까.’
렌터카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집카(Zipcar)는 두 명의 여성 창업주 로빈 체이스와 안처 다니엘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유치원의 학부모로 만난 두 사람은 환경보호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해 시간단위로 차를 빌려주고, 원하는 곳에서 픽업 및 반납할 수 있는 카 셰어링(차량 공유)사업을 구상했다. 2000년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의 대학가에서 12대의 차로 시작한 집카는 연평균 40%의 고속성장을 하면서 렌터카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시간을 쪼개 파는 신시장 개척
치솟는 기름값, 만만찮은 보험료와 세금, 도심의 비좁은 주차장…. 차량 소유주들의 고민은 많다.
집카는 차량 소유에 대한 개념을 바꿔 놓았다. 렌터카산업에서 기존에는 없었던 카 셰어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1910년대 포드자동차의 모델 T 출시와 함께 시작돼 9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렌터카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집카는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높은 유지비를 부담하며 차를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시간제로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연회비(60달러)와 가입비(25달러)를 내고 집카에 등록한 회원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장 편리한 곳에 주차된 차량을 검색, 원하는 이용 시간을 예약한다. 예약 정보는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로 전송돼 회원이 예약한 시간에 정해둔 차량 앞유리의 인식기(전파식별 송수신기)에 회원카드를 대면 차 문이 열린다. 예약한 시간만큼 차를 이용하고 지정한 장소에 갖다 놓으면 된다. 차량에 장착된 기기에서 회원이 차를 이용한 시간과 거리 데이터를 본사로 자동 전송하고 사용한 시간에 따라 결제가 이뤄진다.
2000년 첫 번째 집카가 보스턴의 도로를 달렸고 현재 1만대가량이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주요 도시와 300개 대학에서 운행되고 있다. 집카는 성장을 거듭하며 연매출 2억7900만달러(2012년 기준) 규모로 컸다. 2007년 14만명이었던 회원 수는 작년 말 77만여명으로 늘었다. 집카는 2011년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집카의 인기를 감지한 허츠,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의 대형 렌터카업체와 BMW, 벤츠 등 자동차 업체들도 속속 카 셰어링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집카의 등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미국의 렌터카업체 에이비스는 지난 1월 5억달러에 집카를 인수, 카 셰어링 사업의 미래 가치를 인정했다.
○시장이 놓친 새 고객 발굴
집카는 기존 렌터카업체들이 놓치고 있던 신규 고객층을 발굴, 공략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보험료, 주차비 등으로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지만 정작 자신의 차를 운행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출장이나 여행, 차량 수리 기간 중 며칠씩 쓸 대체 차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 차가 없거나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는 고객에 주목했다.
집카의 주요 고객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쇼핑몰에 가서 짐을 싣고 온다든가 면접이나 모임 등 길어야 몇 시간 정도 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렌터카업체가 보지 못한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집카가 자체 조사한 결과 미국 대도시 거주자들이 연간 자신의 차량을 운행하는 거리는 6000마일 미만이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혼잡을 피해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로 주말에만 자신들의 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한 집카는 렌터카업체들이 주지 못했던 경제성과 편리성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앞세웠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집카의 시간당 이용 가격은 8달러에서 시작한다. 렌터카업체의 가격은 보통 하루 80달러(보험료 등 포함)다. 렌터카업체가 차량을 빌려주는 기간은 하루 단위가 기본이지만, 집카는 최소 한 시간이다. 집카의 분석에 따르면 기본형 4도어 쿠페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매달 807달러가량이다. 이에 비해 집카의 이용 요금은 많이 쓰는 고객이더라도 매달 318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집카는 렌터카 서비스의 불편함도 개선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쉽게 예약하고 가까운 지정 주차장에서 픽업·반납할 수 있는 편리함이 매력이다. 보스턴에 있는 렌터카업체 허츠는 공항점, 터미널점 등 5개의 영업소를 운영하는 데 비해 집카 지정 주차장은 200곳이 넘는다.
○IT 활용·가격 체계 단순화로 경쟁 우위 확보
집카는 다른 렌터카업체와 달리 별도의 영업소를 두지 않는다. 온라인 인프라가 영업소를 대신한다. 회원이 직접 예약하고 스스로 차량을 픽업·반납하도록 했기 때문에 영업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 직원들이 원격으로 차량을 모니터링하고 운행 정보 및 연료 탱크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집카는 이를 셀프 오퍼레이팅 모델이라고 부른다. 미국 타임지는 2009년 가까운 곳의 차를 찾도록 도와주는 집카의 아이폰 앱을 ‘최고의 여행 안내도구’로 선정했다.
집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고객(컨슈머 오퍼레이터)들이 직원들이 할 일을 대신하게 된다. 렌터카업체에선 각 영업소 직원이 차량에 연료를 채우고 상태를 확인하며, 예약·반납 업무를 처리하지만 집카에서는 고객들이 이런 일을 한다.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이런 독특한 사업구조 덕분이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고객 성향을 감안, 단순화를 추구한 점도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집카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일부 차종만 제공한다. 주요 고객인 젊은층이 선호하는 폭스바겐 뉴비틀, BMW 미니, 아우디 A3와 환경친화적인 하이브리드차량인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인사이트 등 20종의 차량만 빌려준다. 반면 대부분의 렌터카 업체들은 소형차부터 미니밴, 기본형부터 최고급 모델까지 60여종가량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 체계도 고객이 알기 쉽게 만들었다. 기존 렌터카 서비스는 보험 종류가 너무 많은데다 21~25세 운전자에게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 복잡하다. 집카는 보험료와 기름값 등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는 단순 명확한 가격 체계를 갖고 있다.
김율리 BCG 파트너/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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