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감안땐 저평가 vs 경기회복으로 수요 감소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움직임을 감안하면 금값은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금값은 올해 온스당 1600달러 근처에 머물 것이고, 내년엔 145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다.”(골드만삭스)
지난 1월22일 온스당 1695달러이던 금값이 10일(현지시간) 1582달러(시카고상업거래소 6월 인도분 기준)로 7.1%나 하락하면서 투자자들 간 금값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물가상승이 우려되자 금은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조기에 끝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 수요가 줄고 있다.
특히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 금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ETF 투자가 준다는 것은 그만큼 금값의 장기 전망을 안 좋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폴슨 회장은 “미국 경기는 생각보다 좋지 않으며, 미국 주식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때 미국 경제 몰락에 베팅해 큰돈을 번 그가 다시 한번 ‘경제 비관론’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미스트도 “올해 중 유럽 경기가 크게 흔들리며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까지 다시 뛰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흐름으로만 놓고 보면 금값 하락론이 더 힘을 받는다. 지난달 금값의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금값이 온스당 110달러 정도 떨어졌는데, 이는 1997년 이후 최대 월간 하락폭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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