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업체 샤프에 지부 투자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거에도 소니, 와콤 등과 사업 협력을 한 적이 있지만 동종 업계 최대 라이벌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은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샤프에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현재 조율 중" 이라며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도 경영난에 빠진 샤프가 삼성전자와 자본ㆍ업무 제휴를 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샤프는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과의 출자 교섭이 난항을 겪자 삼성전자 측에 100억엔(한화 약 1167억 원) 규모의 출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중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지분 3%를 삼성전자에 넘길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를 인수할 경우 샤프의 제 5위 주주로 부상하며 금융기관을 제외할 경우 최상위 주주가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한일 전자 대기업이 자본 제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이번 제휴는 (한일 전자업체간) 장기간 라이벌 관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새로운 재편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샤프는 최근 2년 연속 거액의 적자를 이어가며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작년 3월 홍하이로부터 669억 엔 규모(지분 9.9%)의 출자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출자 조건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이 아이폰5용 액정 주문량을 줄인 탓에 미에(三重)현 가메야마(龜山)에서 운영 중인 애플 전용 공장은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관련 업계에선 샤프가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샤프는 삼성과의 제휴로 재무기반을 개선하고 액정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샤프가 자본 제휴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액정 공급을 늘릴 경우 애플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투자로 가격이 하락하는 액정 패널을 신규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샤프로부터 60인치 이상의 대형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50% 가량의 패널을 조달받는 것 외에 샤프, 대만 AOU 등으로부터 패널을 받고 있지만 샤프는 특히 중대형 쪽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샤프가 주저앉을 경우 삼성전자도 패널 수급에 차질일 생길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1000억 원대의 금액을 투자해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패널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좋은 기회" 라며 "대형 패널의 기술과 노하우가 많은 샤프이기 때문에 삼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샤프의 이번 제휴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잦은 일본 체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해 말부터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현지에서 지인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샤프의 최고위층과 논의가 오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그룹에서 전자 등 계열사의 중요 사항을 보고받기는 하지만 일일히 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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