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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기관장·임원 인사 '올스톱'…당분간 파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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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지연…내팽개쳐친 경제정책


3월 임기 끝나는 감사 등 포함 100여명
새 정부 공약사업 자원배분도 '물 건너가'
신설 부처는 '멘붕'…사업시행 생각도 못해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되고 새 정부의 내각을 이끌 장관들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운영도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상 3월에 몰려있는 기관장 및 임원인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후속 인사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사업들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기업 인사 올스톱

실제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 상임 또는 비상임이사 등은 줄잡아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재정부는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이미 사퇴의사를 표명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도 포함돼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임기만료전에 기관장이나 임원, 감사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데 청와대에서 구체적인 인사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선 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앞으로 상당기간 대행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승진이 안되는 고위 공직자가 공기업으로 내려가고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낙하산 인사까지 정리되려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공기업 재무구조개선 등 현안도 인사지체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의 경영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중장기 재무계획개선 지침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준비만 할 뿐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다.

○신설부처 출범도 ‘감감’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등 신설부처로 옮겨갈 예정인 중앙부처는 거의 ‘멘붕’ 상태다. 특히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돌발 사퇴로 미래부는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근재 교육과학부 기초연구정책관은 “과학 분야의 경우 올해 예산 확보에 실패한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조성과 박근혜 대통령이 개발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한국형발사체 등 핵심 사업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으로 가는 연구개발(R&D) 예산 중 지난해 사업이 종료된 BK21과 연구중심대학(WCU) 등의 후속 사업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예산배정이나 사업시행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여수엑스포장을 해양관광특구로 지정하거나 해운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매년 1000억원 정도의 해운 보증기금과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방안 등은 기본 로드맵조차 나와있지 않다. 지식경제부도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교섭업무를 받아야 하지만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못하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통상협의채널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재정부, 사후보고 체제로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4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내정자 신분이지만 현오석 부총리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상의하고 정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현 후보자에게 사전보고후 업무를 추진하라는 지시”라며 “내부적으로는 사후결제를 받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후보자가 부총리 신분이 아니어서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지만 더 이상 일을 미뤄서는 안될 시점인 만큼 ‘선보고 후결제’ 방식이라도 일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추진해야 할 각종 공약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등의 준비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내달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 하에 자원배분회의나 재정전략회의를 열 준비를 해야하는데 인사장벽에 막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차관은 물론 1급 고위직 인사에서부터 과장들까지 교체대상이어서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월 2회에 걸쳐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의 조기 집행상황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엄습할지 모르는데 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업무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심기/김진수/조미현/김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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