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발(發) 재정위기 우려와 미국 시퀘스터 발동으로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원화는 이탈리아 국채 입찰 성공 소식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 지지 발언 영향으로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이탈리아 총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응찰률이 1.65배를 기록, 시장을 안심시켜 원화와 같은 상대적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연정 구성과 재선 가능성 등 총선 이후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았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상·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해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희망이 좌절됐다. 유로존 재정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반 긴축정책, 반 유럽연합(EU)을 공약으로 내세운 베페 그릴로가 예상외로 약진해 그간 부패와 기득권 행사로 신임을 잃은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투표로 표출됐다" 며 "향후 정책 기조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데다 유로존 전체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도 "이탈리아 국민들이 전 정권인 몬티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이탈리아 정국 불안을 초래했다" 며 "이탈리아 발 재정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로 상대적 위험자산인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지출 감축과 시퀘스터 등 미국 경제에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당분간 경제 위축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원화같은 상대적 위험자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지지발언을 하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향후 출구전략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정책 변화 가능성을 닫아둘 수 없는 상황" 이라며 "정책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위축시켜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손 연구원도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심리 지표 위주로 양호한 모습이었으나 재정절벽으로 인한 세율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로 실물 지표에서는 불안한 모습" 이라며 "여전히 미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원화 가치가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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