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목원대 교수>
건설업계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0위권 건설사 중 21곳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의 만기 도래 시점이 집중돼 있다.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경기침체에 의한 부동산시장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른 주택 PF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속출해 금융권에 시행사를 대신해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동산 PF는 선진화된 금융기법으로 여겨졌다. 재무적 투자자인 금융사가 자금을 빌려가는 기업의 신용도나 담보 대신 사업계획이나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평가해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금융사가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지급보증으로 리스크를 헤지하는 소위 ‘한국형 PF’로 변질됐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프로젝트에 대한 공사대금만 받으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PF사업들이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경기 침체로 프로젝트 성공이 어렵게 되면서 PF 부실 문제가 커졌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PF 대출 지급보증 규모는 39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2% 정도이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개발금융 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설사의 지급보증 관행부터 개선돼야 하며, 장차 책임준공 형태의 자금 조달로 시장 환경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최근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없는 부동산 PF 사업사례가 나오고는 있으나 극히 예외적이다. 선진국 PF의 경우 총사업비에 대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 30~40%를 확보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시행사의 자본력 확보와 책임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선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보증부 PF 적격대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다. 대형 전문 시행사 육성을 위한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업계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PF 지급보증의 대위변제는 물론이고 과다한 대출을 줄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리스크와 사업성을 평가해야 하는 금융사들도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부동산 PF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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