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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퇴진 부른 전기료 인상…불가리아 유혈시위 확산에 내각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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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전 올린 전기요금이 총리까지 사임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럽연합(EU)의 최빈국 불가리아 이야기다. 불가리아 집권 여당인 GERB의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20일 “국민이 우리를 증오한다면 집권 의미가 없다”며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고 자신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단행된 13%의 전기요금 인상이 화근이 됐다. 여름이 시원한 불가리아는 겨울에 전기 사용량이 집중된다. 인상된 전기요금으로 첫 겨울을 보낸 불가리아 국민에게 1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불만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난해 1월 대비 2~3배가 뛴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추운 겨울의 영향으로 불가리아 가정의 전기요금이 작년보다 평균 18~20% 늘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0일을 전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불가리아 국민들은 정부를 ‘마피아’라고 부르며 고지서를 불태웠다. 요금 인상을 주도한 전력회사 건물과 재무부 장관에게는 눈덩이가 날아들었다. 시위는 20개 도시로 퍼지면서 1명이 사망하는 유혈시위로까지 번졌다. 19일에도 수도 소피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수십명이 다쳤다. 시위에 놀란 보리소프 총리는 내달부터 전력요금을 8%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시위대는 민간 전력회사들의 투명하지 못한 가격 결정구조가 요금 인상을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체코기업인 CEZ를 비롯 3개 외국계 전력회사가 지역별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의 전력 판매 이익률이 200~250%에 이른다는 유언비어도 퍼지고 있다. 총선이 7월로 다가온 가운데 좌익 성향의 야당들은 전력 산업 국유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다.

불가리아 정부와 전력회사들은 노후화된 인프라를 문제로 들었다. 전력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률이 25%로 다른 동유럽 국가(8~9%)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CEZ 관계자는 “전력을 훔쳐 쓰는 사람들 때문에 정직한 사람들의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보리소프 총리가 사태 수습책의 하나로 CEZ의 사업 허가를 취소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체코 정부 측은 “EU 회원국인 불가리아가 임의로 외국 기업의 사업을 취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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