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새 정부 출범 맞춰 인하하려는 것 아니다"
금통위원 일부 '인하' 의견…원화 강세 등 더 지켜봐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국내 경기가 미약하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내외 경기 회복에 대한 한은의 전망으로 볼 때 추가 금리 인하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양호, 투자 증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1월부터 4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것. 금통위는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만장일치 결정은 아니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수출이 양호하고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소비도 미약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쓸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유로 지역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미국과 신흥국가의 경제지표가 개선돼 전체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도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9.9%, 건설투자는 5.8% 각각 늘었다. 수출도 중국, 동남아 지역 등의 수요 회복에 따라 지난해 12월 6% 감소에서 지난달 10.9% 증가로 전환했다. 해외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은 11월부터 제조업 생산, 소매 판매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중국도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7.9%를 기록하며 8%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 수준의 금리로도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인하’ 의견도
이날 김 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 금융 기조가 ‘완화’ 상태에 있고 환율과 기준금리의 연관성도 높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환율과 금리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환율만을 놓고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금통위가 국내 경기도 미약하나마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상무는 “매달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현재 전망대로라면 다음달도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내달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 총재는 “정부의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 통화 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금통위 내에서도 ‘인하’ 의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질 경우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전과 달리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고 판단하면 3~4월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서정환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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