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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대통합정치와 법치사회는 양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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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해소 아닌 관리하는 것
국민통합도 시혜적 人治 아니라 공정한 法治능력으로부터 나와

김영봉 <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차기 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민이 거는 법치의 기대가 크다. 동시에 대통합정치도 기대한다. 과연 양자(兩者)는 병립이 가능한 것인지 이 시점에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서양의 민주주의는 시민이 전제자(專制者)로부터 권력을 빼앗아오는 수백년의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서구 민주주의의 목적은 개인의 자유·권리와 책임을 증진시키는 것이며, 이를 지켜주는 법치(法治)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반면 서양에서 단기간에 수입된 동양의 민주주의에는 아직도 과거 제왕시대 ‘왕도(王道)사상’의 흐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는 하지만 좋은 지도자를 뽑아 가혹한 법치보다 국민을 보살피는 정치의 혜택을 입겠다는 관념이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은 법치의 관념이 없었고, 범죄자를 사면하고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고 특정 집단에 선물을 나눠주는 행위에 몰두해왔다. 이 시혜적 인치(人治) 경쟁의 결정판이 된 것이 지난 대선이었다.

지금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국민대통합’도 이런 인치의 영역이다. 그런데 대통합정치에 동원된 대화, 타협, 관용 등은 그간 ‘법과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는 시민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과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통합은 필연적으로 법치를 손상시킴은 물론 수많은 타의의 희생자를 만들어 장래 더 큰 국민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 타협 관용이 민주주의 핵심 원리”라고 말해왔는데 이후 과연 국민 분열이 줄어들었는가?

실상 국민 간의 갈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민주주의 정치는 이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로 ‘관리’하는 것이지 지도자가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치가 상식화된 민주국가일수록 이 절차에 모든 국민이 동등한 권리로 참여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진다. 우리의 갈등도, 그것이 얼마나 절박하든 이렇게 민주적 시민의 자질을 가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소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도 진정하고 항구적인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우선 ‘공정한 법치능력’부터 보여줘야 한다. 이는 ‘법 앞에 평등’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초법자(超法者)가 존재한다. 첫째, 법을 무너뜨림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반(反)법치세력, 말하자면 전교조, 민노총, 기타 각종 불법 시위, 난동 파업자, 이들을 선동하는 시민단체 등이다. 대통합을 하겠다고 이 법치 파괴자들을 포용하는 것은 정권이 스스로 법치를 파괴함이나 다름없다. 둘째, 대기업 재벌가 국회의원, 기타 검사 판사를 인척과 연고로 엮고 권세를 활용해 법망을 피하는 ‘특권층’이다. 이들은 물론 평등한 법치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도 법치의 예외자로 만들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생계형 구제를 통치자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이를 비판 못 하게 하는 여론의 금기(禁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 지원은 그들의 부족한 기회와 수확을 보태주는 데 그쳐야 한다. 서민에게 불법 반칙을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서민을 상습적 범죄자로 기르는 길이다. 범죄자는 자식을 범죄자로 기르고, 서민 범죄자는 더 약한 서민을 등쳐 먹는다.

결국 서민과 약자일수록 법치를 가르쳐 그와 자손을 정직한 시민으로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을 돕는 길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 법의식은 실상 이런 서민 기층(基層)이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상습적 범법자가 된다면 국회의원과 대통령도 법을 무시하는 자가 뽑힐 것이다.

지난달 말 이명박 정부의 특별 사면이 큰 논란이 됐지만 국민은 그간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진 대통령 일반사면·복권 행사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집계해보니 김영삼 정부 704만명, 김대중 정부 1038만명, 노무현 정부 438만명, 이명박 정부 467만명 등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이 총 2650만명을 사면·감면·복권했다. 대부분 농어민·서민·자영업자·음주운전자 등으로 ‘국민통합’이 명분이 된 통치자 사면행위였다. 과연 인구의 54%가 사면받는 나라를 ‘법치국가’라 이를 수 있는가? 우리는 아직도 이런 국민통합 행사를 ‘민주주의의 요소’라고 혼동하는 시민의 수준에 있는 것이다.

김영봉 <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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