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25>
연초부터 한국전력공사(한전) 민영화 논란이 뜨겁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공기업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도 주식이 거래되는 회사이지만 정부 지분이 50%를 초과해 사실상 정부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1989년 이전에는 완전히 정부 소유였다.
한전은 애초에 왜 공기업이 되었을까? 전력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있지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전력산업은 ‘자연독점’이 형성되기 쉬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연독점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 산업에서 종종 발생한다. 생산에 들어가는 총비용을 생산량으로 나눈 것을 평균생산비용이라 하는데, 초기 설비투자에 들어간 비용의 비중이 크면 생산량이 늘수록 평균생산비용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규모가 클수록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는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면 자연스레 한 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자연독점을 반드시 정부가 소유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일단 독점이 된 회사는 상품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는 등 이른바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어 정부가 자연독점을 소유해 그러한 가능성을 차단하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전기, 수도, 유선통신 등 자연독점 가능성이 높으면서 특히 전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는 독점 공기업을 뒀거나 두고 있다.
이렇게 뚜렷한 경제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최근 수십년간 공기업 민영화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비효율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전의 작년 1~3분기 영업적자는 841억원, 총부채는 91조원을 기록했다. 심각하다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규모가 900조원이 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한 회사의 부채 규모로는 어마어마하다 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생산기술 발달로 기존의 자연독점 산업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전력산업의 경우에도 발전부문은 이미 제한적이나마 민간의 참여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태양광, 지열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등 생산 경쟁이 더 확대될 기술적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생산된 전력을 사용자에게 전달, 판매하는 부문은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데, 만약 저가 이동통신사의 등장처럼 기존 송·배전망을 빌려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소규모 발전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전기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한전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전기료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값싼 전기를 이용하는 대가는 결국 누가 지게 되는 것인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인 것 같아 영 불안하기만 하다. 블랙아웃 우려로 조마조마했던 이번 겨울은 가고 있지만 여름과 겨울은 계속 돌아오지 않는가.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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