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72홀 대회 최소타 타이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한 필 미켈슨(미국)은 그린에서 펄펄 날았다. 보기와 더블보기는 각 1개에 그치고 이글 1개와 무려 29개의 버디를 잡았다. 그린에서 타수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퍼팅 그립 덕이었다.
미켈슨은 한 손으로 그립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아래에서 받쳐주는 일명 ‘집게 그립(claw grip)’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바클레이스 3라운드부터 이 그립을 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투어 내에서 퍼팅 랭킹 50위권 안팎의 무난한 실력을 갖고 있었던 그는 2009년부터 3년간 130위권 이하로 떨어지며 ‘퍼팅 난조’에 시달렸다. 벨리 퍼터를 사용해보고 그립도 여러 차례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L자형’ 퍼터를 사용하는 그는 “내 퍼팅의 문제점은 퍼터의 샤프트 각도가 앞으로 기울어져 손이 볼 앞에 놓인 채로 임팩트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퍼터의 궤도가 틀어지고 임팩트도 들쭉날쭉해져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팔도 제대로 뻗어주지 못해 퍼터가 타깃 방향으로 충분히 나아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치이자 퍼팅의 대가로 손꼽히는 데이브 스톡턴과 함께 집게 그립으로 해법을 찾았다. 왼손잡이인 그가 오른손으로 그립을 쥔 다음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아랫부분을 집게처럼 잡는 것.
그는 “집게 그립을 하면 일단 퍼터 샤프트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게 되고 모든 것을 고정한 채 어깨만으로 퍼팅할 수 있어 스퀘어한 임팩트가 가능해진다”며 “한 손은 그립에 대고만 있기 때문에 손목을 써서 볼을 때리는(hit) 동작을 할 수 없고 부드럽게 밀어줘야 해 터치감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게 그립은 빠른 그린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손목을 써야 하는 느린 그린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집게 그립으로 바꾼 그가 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퍼팅으로 획득한 타수(strokes gained-putting)’는 1.107타(랭킹 9위)였다. 이는 1라운드를 할 때마다 다른 선수들보다 퍼트로 1.107타를 줄인다는 뜻. 한 대회로 따지면 4~5타를 퍼트로 얻고 있다는 얘기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퍼팅으로 타수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까먹기 일쑤였다.
집게 그립을 사용하는 대표 선수는 크리스 디마르코와 마크 캘커베키아 등이다. 캘커베키아는 미켈슨이 피닉스오픈에서 세운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 보유자다.
국내에서는 박도규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1년 캘커베키아가 집게 그립으로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2주 동안 연습한 뒤 충청오픈에서 이를 사용해 생애 첫 우승을 했다. 그는 “집게 그립은 손목 움직임이 적고 오른손 바닥과 퍼터페이스가 평행을 이뤄 방향성이 좋다”고 평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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