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의 폭로로 시작된 중국 해커들의 미국 언론사 공격 의혹이 양국 정부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는 가운데 중국도 관영매체 등을 통해 정면으로 의혹을 반박하면서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미 당국은 현재 마련 중인 최초의 사이버전(戰) 관련 수칙에 대통령에게 사이버 선제공격 명령권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국은 비공개 법률 검토를 통해 국외로부터 중대한 사이버 공격 조짐이 감지되면 대통령이 사이버상 선제공격을 명령할 권한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NYT가 전했다. 선전포고가 있기 전이라 해도 대통령이 승인한다면 적의 전산망에 악성코드를 심는 등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이러한 수칙 마련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 국방부가 산하 사이버사령부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적극적인 공격 전력까지 포함하는 본격 사이버군으로 육성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발전소와 상수도시스템 등 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방어력 제고를 위한 행정명령을 이달 중 발동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행정명령이 NYT 등 주요 언론사들에 대한 테러 공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위기의식에서 행정부가 입법 과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주 NYT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가의 축재 기사를 내보내고서 해커들이 자사 직원 53명의 개인 컴퓨터에 접근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 WP 등 미국의 다른 주요 매체들도 중국 측 소행으로 의심되는 해킹 공격이 가해졌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했다.
중국은 자국 발 해킹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일 사설에서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중국 봉쇄전략의 새로운 구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에 계속 ‘해커’ 딱지를 붙이고 있다” 며 “IP 주소만으로 해킹 공격의 출처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만 중국 웹사이트에 3000건 이상의 국외 IP 주소로부터 사이버 공격이 가해졌다며 자국 또한 해킹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 기반을 둔 IP 주소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이 있었지만 “중국은 공격 배후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인민일보는 덧붙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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