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움 없었으면 나도 없어"…1500건 공정 개선 '현장 베테랑'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웃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저의 행복도 없었을 겁니다.”현대중공업의 울산 생산공장 직원이 25년간 월급을 쪼개 모은 1억원을 어려운 이웃 돕기에 써달라며 기부해 설 명절을 앞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일 대형엔진 시운전부에서 일하는 박우현 씨(57·사진)가 최근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거액을 송금한 박씨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사회공헌팀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박씨의 회사 직함은 기원(技元)으로 생산현장 중간관리자급이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려웠던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이 없었다면 나 역시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수혜자들이 성금을 받고 잠시라도 기뻐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금은 박씨의 뜻에 따라 울산 지역 독거노인과 장애인, 이주정착민 등 소외계층을 후원하고 재난 시 긴급구호품을 마련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전남 곡성군에서 가난한 농부 집안의 6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어려운 가정살림을 도와준 주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그는 중동 건설현장을 거쳐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부터 매월 급여의 일부를 떼어 모아 정년(60세)이 되기 전에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인 조길자 씨(54)도 남편의 뜻을 받아들여 건설현장과 시장에서 부업을 하며 틈틈이 돈을 보탰다. 박씨가 입사한 지 25년이 되는 지난달 성금을 기탁한 것은 1억원의 돈이 모인 이유도 있지만 작년 말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도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에서다. 박씨는 1512건의 생산공정 개선안을 만들어내고 이 중 일부를 특허출원한 생산현장 베테랑이다.
부서 동료인 서명규 씨(49)는 “수십 년을 함께한 일한 나도 입소문을 통해 기부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회사에서도 늘 솔선수범해 주위 동료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2008년부터 사내 직무서클인 ‘엔진기계 반장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환경정화 활동, 불우이웃 물품 지원, 집수리 등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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