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Joy - 전예진 기자의 '까칠한 시승기'
비틀 '귀요미' 자리는 미니에 뺏기고
유행 타협한듯…유니크함 잃어
화끈한 변신 원했는데 ㅠㅠ
폭스바겐 ‘비틀’을 처음 본 건 2002년 방영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였다. 당시 고3이었던 내게 파란색 비틀을 타고 등장한 탤런트 이동건(한동진 역)의 모습은 그야말로 ‘청마(靑馬)’탄 왕자님이었다. 주인공 양동근(고복수 역)이 남긴 명장면들보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비틀의 영향은 실로 위대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소녀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으니. 제목처럼 제 멋대로인 데다 자유분방한 영혼이었던 문화부 기자 이동건은 비중 없는 역할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보려는 듯 이따금 비틀을 데리고 나왔는데, 2000년대 비틀은 그런 이미지였다.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젊은이들이 타는 차. 이런 이미지 덕분에 그해 처음 들어온 ‘뉴 비틀 2.0’은 국내에서 연간 약 400대 가까이 팔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의 비틀은 좀 식상하다. ‘작업용’으로는 최고의 차로 통했는데 지금은 지나가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어딜가나 이쁨 받았던 ‘귀요미’ 자리는 미니에 빼앗겼다. 판매 대수도 2011년 147대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매년 수십 대씩 쏟아지는 수입차 틈바구니 속에 있어서일까. 지난해 출시한 신형 비틀에서도 상큼발랄하던 예전의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딱정벌레’ ‘풍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애 애쓴 흔적은 엿보인다. 더 길어지고 높이는 낮아져서 날렵하고 강렬해졌다. 동글동글 귀여운 맛을 없애고 남성 운전자들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했다는데 좀 더 화끈한 변신을 원했던 소비자들에겐 ‘거기서 거기’다. 어떤 이들은 유행에 타협한 듯 유니크함을 잃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예전보다 실내 공간이 넓어진 점은 다행이다. 전 모델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다리를 펴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3630만원을 주고 사기엔 망설여진다. 골프 2.0 TDI보다 320만원 비싸다. 전 모델보다 가격을 내린 신형 파사트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내부 사양은 정말 기본에 충실했다. 수입차라는 인식을 버리고 ‘독일제 프라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좌석 의자 조절부터 웬만한 기능은 거의 수동이라고 보면 된다.
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보다 가격이 낮은 토션빔을 썼다. 멀티링크는 조향성과 승차감이 좋지만 내구성이 취약하고 부품이 무거운 단점이 있다. 토션빔은 가볍고 부피가 작아 공간을 덜 차지하며, 제조 원가도 낮아 자동차 회사들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선호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토션빔도 세팅에 따라 주행감이 충분히 좋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3000만원 후반대 차량인데 토션빔은 아쉽다. 가솔린 모델인 신형 비틀 2.0 TSI에는 멀티링크가 적용됐는데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어쨌든 서스펜션 차이 때문인지 도로의 굴곡이 심하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거칠게 몰아붙이기에는 불안하다. 용기를 내서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보니 야성미 넘치게 변신했다. 터프한 핸들링은 만족스럽다.
비틀은 사실 폭스바겐에는 계륵이다. 인지도는 높지만 수익이 많이 남는 차가 아니어서다. 지난해는 따로 비틀의 출시행사도 열지 않았다. ‘폭스바겐=비틀’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어서란다. 돈이 되는 파사트 등 중형차를 팔겠다는 심산도 있다. 아무리 따져봐도 비틀이 골프보다 나은 건 디자인밖에 없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비틀의 강렬한 빨간색 가죽 시트에 흔들리지 말기를.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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