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미분양 우려…시공사·조합 '줄다리기'
왕십리1구역, 6개월째 일반분양 미루기도
“분양가를 그렇게 낮추면 조합원들 손해는 어떻게 합니까.”
“지금같은 침체에 분양가를 내리지 않으면 분양성공이 어렵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왕십리뉴타운1구역 재개발조합 회의실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이날 회의는 일반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해 열렸다. 건설사 직원들은 분양가를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 관계자들은 “시도도 안해보고 미리 할인 가격으로 분양을 시작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분양가 책정 진통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정인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사들은 주택시장의 극심한 침체를 감안,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추자는 입장이지만 조합은 손실이 크다면 반발하고 있다.
2002년 1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10년여 만에 분양에 나서는 왕십리뉴타운1구역은 6개월 넘게 일반분양을 미루고 있다. 조합측은 작년에 분양한 인근 2구역이 3.3㎡당 1950만원대의 분양가로 실패한 것을 고려해 84㎡(옛 33평) 분양가를 3.3㎡당 1840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시공사들(현대산업개발·GS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은 “5억원대로 내려와야 팔린다”며 1700만원대 중반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왕십리뉴타운 2구역이 높은 분양가 때문에 분양에 실패하고 결국 작년 말부터 실질적으로 3.3㎡당 1700만원대에 할인분양을 하는데, 이보다 가격을 높일 수는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종섭 왕십리1구역 조합장은 “일반 분양가를 과도하게 낮추면, 재개발 동참을 거부(현금청산)하고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속출해 사업진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현4구역조합도 일반분양가 인하와 조합원 추가분담금 인상을 골자로 한 계획안을 내달 3일 조합원 총회에서 논의한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분담금 인상은 수용하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종태 아현4구역 조합장은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대형 아파트 분양가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011년 말에 이주를 끝낸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래미안 대치청실) 조합 역시 일반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착공한 북아현 1-2구역(북아현 푸르지오)는 분양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 급락에 사업성 악화
분양가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간의 분쟁도 늘고 있다. 왕십리3구역의 경우 작년에 교체된 시공사(현대·SK·포스코건설)가 조합을 상대로 ‘미분양 대책 준비금’ 1300여억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기존 시공사들과의 이견으로 지난해 어렵사리 교체했는데, 더 큰 암초를 만난 셈이다. 오연호 왕십리3구역조합 이사는 “새 시공사가 기존 대출 인수조차 거부해 이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원들 지분에 압류를 걸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은 1900만원대의 일반분양가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짰는데, 이 가격이면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공사비 회수가 힘들가”는 입장이다.
일반분양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주변 아파트값의 하락이다. 주변시세가 당초 예정했던 일반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분양가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존 조합원의 손실이 커지는 탓에 조합은 분양가 인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건설사와 조합이 서로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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