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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로 고객 유혹하기보단…버거킹·키엘의 '진정성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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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똑똑해지는 소비자 앞에 적당히 포장하는 건 금방 들통
유명 모델 활용한 브랜딩보다 부족한 점도 솔직하면 효과



광고의 한 장면. 출산이 임박해 산통(産痛)을 앓고 있는 애완견과 그 옆에서 “조금만 더” 하면서 심호흡을 같이하는 주인이 번갈아 화면에 나온다. 휴지를 꽉 깨물고 용을 쓰던 개는 새끼를 낳는다. 시청자들이 개의 출산 장면에 몰입하는 사이 화면 아래에 자그마한 흰 글씨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누군가 재어 본 모양이다. 글씨 크기가 화면의 35분의 1밖에 안 된단다. 이건 읽으라고 써놓은 것이 아니다. 정부가 대부업체의 과다·허위 광고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고문구를 넣도록 의무화한 데 맞선 대부업체들의 ‘꼼수’다.

경고문구가 잘 보이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대부업체들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오늘도 노심초사 밤을 지새운다고 믿는 고객은 없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광고, 고객 편의를 위해 고뇌하는 기업 이미지, 모두 자기 잇속을 차리기 위한 것이다. 날로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꼼수는 발붙일 곳이 좁아지고 있다. 교묘하게 넘어가거나 적당히 포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일까. 어설프게 고객을 설득하기보다는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기업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미국 햄버거 브랜드인 버거킹은 몇 년 전 경쟁사인 맥도날드의 ‘빅맥(Big Mac)’보다 맛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눈을 가리고 와퍼와 빅맥을 먹어보고 나서 더 맛있는 제품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진부한 방법이다. 하지만 대상이 남달랐다. 버진, 즉 햄버거를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실시한 것이다.

프로젝트 팀은 태국, 그린란드, 루마니아 등의 오지 부족들에 와퍼와 빅맥을 실어 날랐다. 햄버거를 먹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두 버거를 맛보게 한 뒤 하나를 고르게 하는 모습이 화려한 편집 없이 거친 화면으로 낱낱이 공개됐다. ‘맛 차이를 모르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와퍼 쪽에 손을 들어줬다. 이 광고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제3세계 문화권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필적할 만한 극단적인 사실적 묘사를 통해 ‘맛있는 햄버거’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호평도 많았다.

광고의 중요성으로 치자면 화장품업계만한 곳도 없다. 화장품업계의 성공 포인트라는 것이 광고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걸 바르면 나도 저 모델처럼 예뻐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미국 화장품 업체 키엘(Kiehl’s)은 유명 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키엘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자사 제품의 ‘높은 기능성’이다. 발랐을 때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다른 업체와는 달리 수수한 디자인과 재질의 용기를 쓰지만, 거기에는 재료의 성능에 대해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돼 있다. 대부 광고와는 달리 이건 읽어달라고 써놓은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약대를 졸업한 창업주와 약국으로 시작한 역사도 강조하는데, 이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나 모두가 ‘최고’라고 떠들어대는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을 믿을 수가 없다. 신뢰의 결핍은 소비자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는 마케팅 트렌드로 나타난다. 최근 들어 ‘진정성 마케팅(authenticity marketing)’이 대두되는 이유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가장 진정성 있다고 판단하는 상품이나 기업에 후해지는 반면 진정성이 없는 곳에는 아예 관심을 거둬버린다. ‘고객을 위해 헌신하느라 이익을 한 푼도 남기지 않는다’는 주장은 아쉽게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홍보와 포장에 들어갈 돈을 아껴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겠다’는 주장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결국 고객이 ‘진정한 가치’를 위해 돈을 쓰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자는 것이 ‘진정성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다.

고객이 진정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버거킹이나 키엘이 그랬던 것처럼 먼저 고객가치의 핵심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대하는 핵심 가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진정성 마케팅은 다만 또 하나의 색다른 마케팅 기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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