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2010년부터 돈 못받아…CP 58억 상계 처리
금호석화, '날개' 마크 사용 안해…법적인 조치 취할 것
▶ 마켓인사이트 1월14일 오후 2시5분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브랜드 사용료를 놓고 다시 한 번 법적 분쟁을 벌일 조짐이다. 금호산업이 사전 협의 없이 금호석유화학에 갚아야 할 채권을 브랜드 사용료로 상계처리하면서 금호석유화학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재무제표가 확인되는 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CP-브랜드 사용료 상계처리
14일 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PNB화학에 발행한 기업어음(CP) 110억원 중 58억원을 지난해 회계에서 상계처리했다.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로부터 2010년부터 밀린 브랜드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CP를 갚지 않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이는 금호산업이 채권단에 보고한 비협약채권 채무재조정 내역에 명시됐다.
금호산업은 2010년 채권단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 채권 2조9000억원을 제외하고 개인이나 협력업체, 계열사들에서 빌린 1조원 규모의 비협약채권에 대해선 개별 협상을 통해 채무재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비협약채권으로 분류된 계열사 CP의 경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와 박 회장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채무 재조정을 했다. 예컨대 금호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 CP에 대해선 출자전환이나 금리감면을 통해 채권을 갚는 방식을 선택했고, 금호석유화학 계열 CP는 브랜드 로열티와 상계처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낼 필요 없는 브랜드 로열티를 일방적으로 채권과 상계처리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계처리를 확인하는 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표권 법적분쟁 번지나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사실상 계열 분리한 이후 브랜드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금호산업은 브랜드 소유권이 금호산업 소유라고 주장하는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공동 소유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6월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 브랜드에 대해 월별 매출의 0.2%를 사용료로 징수하겠다고 통보하자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로고인 ‘윙마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금호그룹 측은 금호석유화학이 브랜드 사용권을 금호산업에 넘겼다는 서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브랜드 사용료 징수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며 과거 브랜드 사용료를 낸 것은 그룹 운영비를 지원했던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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