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토리 - 예술가의 사랑 (33) 베토벤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 나의 분신이여…그대는 내 것이 아니고 나 역시 그대의 것이 아니라고 어찌 얘기할 수 있겠소.”(7월6일 아침)
“오, 내가 어디에 있건 당신은 나와 함께 있다오. 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고 당신에게 속삭인다오…아 당신이 없는 삶이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오. ”(7월6일 저녁)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나의 마음은 그대,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에게로 향하고 있소…신이시여 어째서 나는 그토록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단 말이오.”(7월7일 아침)
악성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의 장례식이 끝난 뒤 유품을 정리하던 비서 안톤 신들러는 유서와 함께 세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는 곧 혼란에 휩싸인다. 애절한 사랑의 속삭임으로 가득한 편지의 주인공, 즉 불멸의 연인이 대체 누군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발송되지 않은 그 편지들은 베토벤이 요양차 간 테플리츠에서 쓴 것이었다. 연인과 빨리 만나기를 고대하는 그의 애타는 마음이 10장의 종이 위에 절절하다. 신들러는 자신이 오랫동안 보필해온 마에스트로의 연인을 찾아 그의 음악과 유품을 전달하는 게 사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했다.
신들러는 편지 속의 주인을 찾기 위해 베토벤이 젊은 시절부터 사랑했던 여인들을 찾아나선다. 성질이 괴팍하고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했던 베토벤이지만 뜻밖에도 그를 따르는 여인은 끊이지 않았다. 그 괴팍함 이면에 아마도 남다른 매력이 숨어 있었나 보다.
그와 염문은 뿌린 여인들은 어림잡아도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그중 대표적 인물로 요제피네 브룬스빅, 테레제 브룬스빅, 줄리에타 귀차르디, 안토니에 브렌타노, 마리아 에르되디를 꼽을 수 있다.
테레제와 요제피네는 헝가리 귀족인 브룬스빅 가문의 자매로 두 여인 모두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지도받았다. 자매 모두 베토벤에게 푹 빠져 빈 시내에 이들을 둘러싼 루머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요제피네는 일찍 남편과 사별한 후 베토벤과 오랫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귀차르디는 베토벤이 30세 때 받아들인 17세의 앳된 제자로 베토벤은 그 유명한 ‘월광소나타’를 그에게 헌정했다. 신들러는 베토벤 유품 속에서 귀차르디의 초상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를 유력한 불멸의 여인 후보로 지목했다.
브렌타노는 베토벤을 괴테에게 소개해준 예술애호가로 한때 베토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이었다. 또 에르되디는 요염한 외모의 헝가리 귀족으로 1808년 베토벤이 한동안 그의 저택에 머물자 둘이 ‘심각한’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신들러는 결국 불멸의 연인이 누군지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 그는 주인을 찾지 못한 세 통의 편지를 죽을 때까지 갖고 있다가 누이에게 물려줬고, 누이는 이것을 1880년 베를린국립도서관에 팔아넘겼다.
신들러가 평생 매달렸던 ‘베토벤 연인 찾기’의 바통은 이후 음악학자와 전기작가들에게 넘겨진다. 이 불확실한 게임에 뛰어든 사람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베토벤이 죽은 지 1세기가 넘도록 불멸의 연인은 여전히 미스터리의 주인공으로 남게 된다.
획기적인 전기는 1954년에 가서야 마련된다. 1954년 지그문트 카즈넬슨은 브룬스빅가의 문서들을 재검토한 끝에 요제피나가 재혼한 남편 스타겔베르크 남작이 집을 비운 사이 베토벤과 만났고, 그로부터 9개월 뒤 딸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주장은 1957년 요제프 슈미트-괴르크가 베토벤이 요제피네에게 보낸 13통의 미공개 서간을 출판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1994년 나온 영화 ‘불멸의 연인’은 그와는 다른 주장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까지 맡은 버나드 로즈는 영화에서 불멸의 연인을 베토벤의 동생 카스파르의 부인인 요한나 라이스로 설정했다.
폐병으로 죽은 카스파르 아들의 양육권을 요한나로부터 빼앗은 베토벤의 이상한 집념 뒤에는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있었음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설정이긴 하지만 영화가 나온 후 발견된 자료들은 요제피네가 불멸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이 오래도록 정을 나눴고, 그런 관계는 요제피네가 재혼한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점에서 불멸의 여인 자리는 아무래도 요제피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을 불멸의 음악가로 만든 것은 그의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불멸의 여인에게 바쳐진 세 통의 애절한 사랑의 편지가 있었다. 그 연서들은 비밀을 캐려는 수많은 학자들로 하여금 베토벤의 로맨틱한 개인사를 추적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칫 여성적인 모차르트와 대비되는 남성적 음악가로 치부됐을지도 모를 베토벤의 숨겨진 낭만적 기질이 낱낱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영웅’과 ‘합창’ 교향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우리의 친밀한 동반자로 만든 것은 ‘월광’ 같은 사랑의 열정을 담은 로맨틱 명곡들이 아닐까.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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