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환율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환율에 민감한 업종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1일 오후 1시42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5원(0.42%) 떨어진 1055.95원을 기록중이다. 장중 1055.30원까지 떨어지며 17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에 추가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말 1180원대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줄곧 곤두박질쳤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78엔대에서 현재 89엔대까지 상승한 상태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전망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일본 정권 교체 이후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과격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오는 4월 교체될 일본중앙은행 총재의 유력한 후보들이 더욱 공격적인 자산매입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원·엔 재정환율 11일 장중 1182.51원 2010년 5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경신했다.
환율의 움직임은 국내 증시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업종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나면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주가는 작년 말 이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미국 양적완화, 경상수지 흑자 등 유사 국면에서의 경험, 선진국 중앙은행의 무제한적 통화 공급 의지 등으로 인해 당분간 환율 하락 압력은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5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재정절벽 모면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와 유동성 효과,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과 이로 인한 경상흑자 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우위에 있어 올해 연말 환율을 1015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환율 움직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부국증권은 "미국이나 중국과 관련된 글로벌 이슈들이 국내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환율 및 금리 등 주요 매크로(거시경제) 지표들의 영향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율에 따라 민감하게 실적변화가 발생하는 자동차, 기계, 조선, 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내수주나 중소형주, 금융, 한공운송, 유틸리티 업종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규모 별로 접근할 때 원화강세 국면에서는 중소형주의 상대강도가 강해진다"고 전했다.
또한 "음식료, 유통, 운수창고, 은행 등의 업종은 환율과의 상관관계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이며, 외화부채와 관련해서는 한공운송과 유틸리티 업종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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