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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꾼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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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채팅창.(사진 제공=나채영 대학생 기자)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나채영 대학생 기자] “혹시 이 앱 쓴지 오래됐니? 난 오늘 처음이야. 진실한 사람을 찾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는데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아” 진심이 담긴 말로 사랑을 고백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다. 브런치작가 ‘홍콩딤섬꾼’은 데이팅 앱을 사용해 만났던 한 남자가 국제적인 공조사기꾼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데이팅 앱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이성에게 접근한 후 돈을 가로채는 ‘로맨스 스캠’의 장으로 이용되기 쉽다”며 “서비스 운영 측의 적극적인 서비스 관리 대책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경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좁아진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든든한 조력자. 손쉬운 접근을 앞세워 금전 사기와 사칭 피해들이 활개 치도록 허락하는 어두운 손. 데이팅 앱을 바라보는 두가지 상반된 시선이다. 2020년에 접어들며 데이팅 앱은 2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됐다. 2015년 500억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했다. 

가입한 지 30일 만에 연애상대를 만났다는 김민지(가명, 중앙대3)씨에게 데이팅 앱은 ‘만남의 계기’였다. 김 씨는 매칭과 대화의 기회가 넘쳐나는 데이팅 앱으로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서비스 계정만 있으면 호감을 표시한 수많은 사람들의 프로필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팅 앱은 ‘가벼운 만남’, ‘범죄 유도’ 등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애고수가 아니라면 큰 코 다칠지도 모르죠”

강지현(가명, 경희대) 씨는 친구의 권유로 데이팅 앱을 시작했다. 강 씨는 주변에서 앱을 통해 진지한 만남까지 이어간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는 사용 첫날부터 100개가 넘는 매칭을 보고 놀랐다. 잘생기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의 프로필을 구경하며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다가온 인연들은 빠르게 떠나갔다. 그녀 앞을 지나간 인연만 7명이 넘는다. 다수와 카톡으로 넘어와 대화를 했지만 순식간에 돌변해 연락 두절되거나 오랜 기간 ‘썸’만 유지하기 부지기수였다. 

강 씨가 데이팅 앱 ‘미프’에서 만난 3살 연하의 외국인은 타지에 잠깐 놀 상대를 찾으러 나온 호주 유학생이었다. 진지한 마음으로 나온 강 씨와 달랐다. 그는 앱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본 사람이기도 했다. 목적이 다른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다. 3번의 만남이 전부였다고 강 씨는 전한다. 강 씨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함께 나온 친구를 대신 떠미는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대했는데 그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이 떨어졌다”며 헤어진 이유를 덧붙였다.

 

데이팅 앱은 언제든 자신의 자유에 따라 대화를 중단하고 떠날 수 있다. 강 씨는 “그러한 과정이 오히려 관계를 너무 가볍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상처가 될 때가 있다. 그렇게 상처를 받다보니 온라인 만남의 가벼움에 나 자신을 적응시킨 것 같다”며 데이팅 앱 사용 중 변한 자신의 사고방식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강 씨가 마지막으로 데이팅 앱에서 만난 5살 연상의 남성은 ‘썸’의 끝을 대화창 차단으로 답했다. 2달 간의 긴 썸 끝에는 아무런 설명도 인사도 없었다. 

다수의 데이팅 앱을 사용한지 수개월이 지났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강 씨는 아직도 앱을 지우지 않았다. 쉽게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관심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팅 앱을 사용하려는 초보자들에게 경고한다. “본인이 이성 간 관계에서 고수가 아닌 이상 쉽게 뛰어 들었다간 큰 코 다칩니다.” 

사랑을 이용하는 사기꾼 조심하세요” 

로맨스 스캠이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방식을 말한다. 신분을 위장해 이성에게 접근한 후, 친분을 쌓은 뒤 거액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 기법이다. 데이팅 앱이 로맨스 스캠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칭이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강 씨는 사칭 의심을 피하기 위해 상대에게 대학교 입학증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소셜데이팅 어플을 이용한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38,4%가 ‘타인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했다’고 답했다. ‘외모(19.0%)’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직업, 성격 또는 취향, 학력이 뒤를 이었다. 

최근 데이팅 앱으로 알게된 남성과 대화를 주고받았던 브런치 작가 ‘홍콩딤섬꾼’도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될 뻔 했다. “혹시 이 앱 쓴지 오래됐니? 난 오늘 처음이야. 진실한 사람을 찾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는데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아.” 사이프러스에서 건설회사를 차렸다는 남자는 영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말과 함께 ‘홍콩딤섬꾼’에게 접근했다. 



△30일간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넨 상대와의 대화.(사진 제공=‘홍콩딤섬꾼’ 작가)

매일 아침, 한 달 동안 연락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30일간 그에게 연락한 목적은 하나였다. 돈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의 회사가 사업권을 따냈으며 이에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특송을 보냈다는 남자의 대화창에는 물품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래킹 번호가 떠 있었다. 딤섬꾼은 트래킹 번호 사이트를 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꽃, 다이아몬드 반지, 아이폰 등이 포함되어 있는 다소 부담스러운 선물들이 배송 중이라고 떠있었다. 



250만원 송금을 요청하는 문자 내용.(사진 제공=홍콩딤섬꾼 작가)

홍콩딤섬꾼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자가 차렸다는 회사의 웹사이트는 그가 말한 것처럼 영국이 아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도메인을 가지고 있었다. 딤섬꾼은 이후 홍콩 왓츠앱에서 선물을 받기 위해 한화 약250만원을 보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확인을 위해 남자에게 건 영상통화는 거부 당했다. 

딤섬꾼은 끝내 돈을 보내지 않았고 선물을 거절했고 남자는 이후로도 연락을 꾸준히 했다. 미심쩍은 남자의 행동에 딤섬꾼이 알아본 결과 사진 속 남성은 영국 국적과는 무관한 타이페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의 굿모닝 인사는 사이프러스 유령회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웹사이트, 홍콩 택배회사 3개국 공조의 사기로 결론이 났다. 

데이팅앱을 신뢰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사기를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고 ‘홍콩딤섬꾼’은 말한다. 실제 만나지 않은 이가 단지 전화, 인터넷으로 친분을 쌓아 연락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완전히 믿는 것은 위험하다. 금전적인 요구와 개인정보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데이팅 앱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면보다 조심스럽게 상대를 파악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본인확인 절차를 엄격하게 파악하려는 자세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한 대화를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경험자들은 조언한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나채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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