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하나 대학생 기자] 유명 발레단을 제 발로 뛰쳐나와 피겨스케이트화를 신은 젊은이가 있다. 나이 스물셋의 전직 발레리노인 ‘수현티비’는 ‘피겨스케이팅’과 사랑에 빠졌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선수이자 피겨팀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수현티비’를 만나봤다.
△‘수현티비’ 유튜브 채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튜버 ‘수현티비’라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 줄곧 발레를 했다. 대학 전공도 발레를 선택해 이후 발레단 활동까지 했었다. 지금은 샤인 피겨 팀 트레이너와 피겨 선수 생활을 병행하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팀 트레이너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는데 팀 트레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
“샤인 피겨팀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친다. 광운대 지상센터에서는 지상 훈련을 봐주고 또 링크장에서는 아이들 스핀 수업 등을 해준다.”
트레이너부터 피겨선수까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지금 학교는 휴학을 했다. 요즘은 보통 아침 6시에 광운대학교로 간다. 집이 수원이라 2시간 정도 걸려서 일찍 출발해야 한다. 넉넉히 오전 8시 30분쯤 광운대 지상센터에 도착해서 잠들어 있던 근육들을 깨워주며 몸을 푼다. 이후 10시부터는 링크장에서 훈련하고 점심시간 겸 휴식시간을 가진다. 12시 30분부터는 다시 지상 운동을 하고 3시까지 다시 링크장에서 연습을 한다. 이후 한 시간 반 동안 지상센터에서 아이들 지상 훈련 코칭을 한다. 저녁엔 잠실 롯데월드 링크장으로 이동해 8시 30분부터 아이들 수업을 한다. 보통 10시 내외로 마무리가 되는데 이후에는 아이들을 더 봐주거나 혼자 연습시간을 가진다. 연습이 모자란 날은 12시 30분까지 연습을 하는데 그런 날은 차가 끊겨서 집까지 가는 길이 더 힘들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해온 발레를 그만 둔 이유가 무엇인가
“많은 이유가 있다. 발레를 사랑했지만 그때 당시에 저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힘들었다. 재학 중인 대학교는 무용수를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고민 끝에 휴학을 하고 들어간 발레단은 기대와는 달랐던 것 같다. 지금보다 어리기도 했고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해 발레단이라는 단체에 적응하는 게 좀 힘들었다. 힘든 것들을 다 감내할 만큼 발레를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튜브는 작년 4월쯤 발레단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시작했다. 발레를 비전공자나 일반인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관심을 끌어올 방법 등을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다. 수현티비 초기 영상들을 보면 발레 관련 영상들이 꽤 있다.”
지금까지 준비해오던 것을 두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외로움이 가장 크다. 팀 트레이너 일, 선수 일을 병행해서 바쁜 것도 있고 또 한국 피겨 여건상 아이스링크 대관 시간이 체계적인 편은 아니다. 피겨를 우선적으로 스케줄을 짜다보니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많이 무너졌다. 친구들을 만난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웃음)”
피겨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대부분은 감사하게도 응원을 해줬다. 물론 발레단의 동료들은 말렸다. 피겨를 하기엔 너무 나이 들지 않았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고민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함께 일하며 도움을 주고 계신 박빛나 선생님과 당시에 연이 닿았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덕분에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다.”
△피겨 강습을 하고 있는 모습.
피겨 스케이팅은 어릴 때 시작해야하는 스포츠 아닌가
“피겨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 운동이 맞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해야 성장을 하면서 피겨의 회전축에 적합한 신체로 자라날 수 있다. 현재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모두 어린 나이에 스케이팅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독학으로 피겨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한국은 성인이 피겨를 전문적으로 탈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 과천, 수원 등 모든 빙상장에서 레슨을 거절당했다. 한 번은 레슨 받는 도중에 내쳐진 적도 있다. 레슨을 거절당하더라도 피겨를 계속 하고 싶어 독학을 결심하게 됐다.”
독학으로 하는 사람들은 많은 편인가
“적다. 가끔 본 적은 있지만 고난도 점프까지는 가지 못한다. 사실 피겨를 독학으로 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완전히 독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빛나 선생님 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고 배웠다. 독학이라기보다는 홀로서기 할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길은 아닐 것 같은데
“사실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웃음) 하지만 무모해보일 정도로 도전적인 선택이 지금까지의 경험과 데이터로 쌓여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피겨를 하기에 신체적 조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발레를 했었기 때문에 신체가 턴 아웃이 많이 되어있고 허리와 골반 등이 비대칭이다. 피겨를 하기에 181cm라는 큰 키도 문제가 됐다. 많은 회전과 점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게적인 측면에서 키가 작은 게 유리하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링크에서 선수들을 지도 중인 수현티비.
앞으로 목표로 꼽는 게 있다면
“기술로는 트리플 러츠까지 뛰는 것. 현실적인 목표를 꼽는다면 피겨승급심사 5급 이상을 따서 랭킹 종합에 나갈 자격을 얻는 것이다. 그걸 위해 지금 하루하루 부상과의 전쟁 중이다. 성인이 된 후에 피겨를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벽을 부수고 싶다. 계속해서 그 벽에 부딪힌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서야 선수 생활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아직은 멀었다.”
본인을 끊임없이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있나
“나보다 훨씬 작고 어린 아이들과 좁은 아이스링크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작아질 때도 있다. 한계를 체감하는 순간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이스링크장에 다시 한 번 올라서면서 그 생각을 바꾸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스스로를 단단히 다잡는 것이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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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김하나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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