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김소민 대학생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우리 삶에 정착했다. 친구들과 화상으로 함께하는 랜선 술자리, 온라인 수업, 비대면 공연 등 새로운 문화가 양산되었고, 20대의 생활과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한경 잡앤조이>가 ‘코로나 시대의 20대 연애’를 주제로 시리즈 기획을 다뤄봤다.①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국제 커플 인터뷰② 드라이브스루 입대, 코로나가 더 힘든 '곰신 커플'③ 늘어난 소개팅 앱 사용자, 일상화되는 언택트 만남△곰신 카페 홈페이지 캡처코로나19의 장기화는 20대 ‘곰신 커플’의 연애 모습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이전엔 ‘꽃신’을 신는 커플들이 종종 보였다면, 이후엔 사소한 싸움부터 헤어짐까지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곰신 커플’ 일곱 명의 ‘연애’ 고민을 들어봤다.쓸쓸한 ‘드라이브스루’ 입대, 우울한 ‘온라인 수료식’누군가의 아들, 그리고 남자친구의 군 입대를 배웅하러 모인 사람들로 북적대던 훈련소 앞 모습도 코로나19로 많이 바뀌었다. 입영장병의 가족과 여자친구는 힘든 군 복무를 무사히 끝내길 바라며 눈물과 포옹으로 남자친구와 짧게 배웅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로 인사는 더 짧고 간결해졌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드라이브스루’로 입대한다. 함께 간 가족과 여자친구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다. 부대 앞에서 입영장병만 내린 후 나머지는 차 안에서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남자친구를 떠나보내고 ‘고무신을 신은’ 여자친구는 적막감과 어색함이 흐르는 남자친구 부모님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6주 후 있을 수료식도 예전과 달리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되고 있다.지난 3월 9일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남기고 입대한 신민혁(가명, 21) 씨와 지난 3월 31일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낸 하지원(22) 씨가 ‘드라이브스루 입대’ 상황을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남자친구가 5일 뒤에 입대해야 하는 입영신청에 성공하는 바람에 특별한 추억을 남길 시간도 없이 입대해버렸어요. 남자친구는 안 울었지만 저는 인생 통틀어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다 떠나서 코로나 때문에 훈련소 수료식 때도 못 본다니까 더 허탈한 거 있죠. 들어간 직후부터 보고 싶어 죽을 뻔했어요.” (하지원)“입대 날이 와서 입대하긴 했는데 실감이 안 났어요. 드라이브스루고 뭐고, 딱 첫날 입소해서 자고 일어나니 실감 나더라고요. 부모님도 보고 싶고, 전 날 펑펑 울던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지옥 같은 훈련소 생활이 끝날 즈음엔 기적처럼 코로나가 괜찮아지길 빌었어요. 면회 날 보고 싶은 여자친구, 부모님이랑 맛있는 것들 먹으면서 회포 풀고 싶었죠. 코로나 때문에 수료식에 보고 싶은 얼굴 못 본다고 생각하니 견디지 못할 것 같았어요.” (신민혁)곰신 커플들 “싸움만 늘었어요”‘군대에 가면 세상과 단절된다’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올해 7월 1일부로 군 병사들에게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전면 허용됐기 때문이다. 훈련병을 제외한 병사가 평일 일과 후 18시부터 21시까지, 휴무일엔 8시부터 21시까지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2019년 7월 16일 공개된 국방연구원의 ‘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2018년 4월~2019년 5월)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대부분 SNS(38.4%), 전화·문자(23.2%) 등 외부와의 소통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는 분명 ‘곰신 커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는 이마저도 커플들의 싸움거리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신호철(22, 남) 씨와 최소영(22, 여)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코로나 전엔 세 달에 한 번씩은 휴가 나갔는데, 코로나 터진 이후 152일째 갇혀 있어요. (여자친구랑) 연락할 수 있으면 뭐해요. 나가지를 못하니 애민해졌어요. 사소한 걸로 싸워도 얼굴 보고 풀지를 못하니까 스트레스만 쌓여서 몇 번 헤어질 위기까지 갔어요. 한 번씩 여자친구 연락 안 되면 걱정되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요.” (신호철)“솔직히 좀 귀찮은 면도 있었어요. 얼굴은 못 보는데 연락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연락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그 시간에 내가 맞춰서 기다려야 하죠. 저는 간호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실습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잠시 연락 안 되면 남자친구가 섭섭해 하더라고요. 차라리 코로나 끝나고 휴가 많이 풀려서 얼굴 자주 보고 싶어요. 그게 그나마 덜 싸울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최소영)‘코로나 이별’을 겪는 이들도 있어△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장병들의 출타 전면 통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처)지난 3월 3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코로나19로 인한 장병들의 출타 전면 통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국방부의 출타 통제로 인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여자친구가 있는 많은 장병들이 적게는 2개월, 많게는 그 이상을 여자친구와 만나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군인들의 외출, 외박, 휴가를 최소한의 인원씩이라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4415명의 참여로 마감됐다.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 장병들의 무기한 출타 통제는 장병들 그리고 장병의 지인들에게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장병들에 대한 외출, 외박, 휴가 전면 제한은 많은 커플들이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신호철 씨는 “우리 부대에서 ‘곰신 커플’ 10에 8은 다 헤어지더라”라며 “나머지 2마저도 아슬아슬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별’을 맞이하는 ‘곰신 커플’.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까지의 이야기를 정승우(가명, 22, 남) 씨, 이정윤(22, 여) 씨, 박민영(가명, 21, 여) 씨가 들려줬다.“군 입대 후 몇 번이나 헤어짐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오늘 딱 헤어졌어요. 코로나 전에는 괜찮았는데, 이후에 많이 못 만나다 보니 서로 오가는 말에 가시가 박혀있던 적도 많고, 또 그걸 얼굴 보고 풀지 못하니 상처만 나더라고요. 많이 예민했어요. 그런데 막상 헤어지니 너무 힘들어요. 스트레스를 풀 곳도 없고, 특히나 요즘 부대 내에 저처럼 헤어진 동기들이 늘어서 같이 우울해하고 있어요.” (정승우)“코로나 때문에 4달 넘게 못 봤어요. 외출, 휴가 아무것도 안돼서 전 남자친구가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아했는데 왜인지 그 스트레스를 다 저한테 풀더라고요. 저는 그냥 감정 쓰레기통이었어요. 계속 '나오고 싶다' '힘들다' 하는데 사실 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위로뿐이잖아요. 한 번은 집에만 있다가 과제할 겸 맥도날드를 갔는데 남자친구가 '왜 나가냐'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코로나가 안 끝난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 또 싸우기도 했어요. 결국엔 못 참고 전역 3개월 앞두고 헤어졌어요.” (이정윤) “아무리 좋아도 얼굴 계속 못 보니까 '굳이 연애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 만난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기다리겠는데 그런 희망조차 안 보여서 너무 지쳐버렸어요.” (박민영)jinho2323@hankyung.com<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