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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부캐’의 세계…언제까지 주목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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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에서 만든 독자적인 캐릭터 빙그레우스 (사진 출처=빙그레 인스타그램)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장준서 대학생 기자] ‘남극에서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펭수’,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 등 유행하는 캐릭터에는 그들만의 세계관이 부여돼 있다. 세계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캐릭터를 구축할 때 디테일한 콘셉트를 정하기 위해 이용된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부캐’를 이용해 세계관을 확장했다. 개그맨 추대엽의 부캐 ‘카피추’는 산에 사는 자연인을 콘셉트로 잡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개그우먼 김신영은 김신영의 이모라는 콘셉트로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를 만들어 음원을 발매했다.



△멀티 페르소나는 2020년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멀티 페르소나’가 만든 개인의 ‘세계관’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은 영화나 만화 등 특정 시공간적 배경이 필요한 장르에서 주로 사용됐다. 특히 공상과학이나 판타지같이 현실과 동떨어졌거나, 사극, 무협물 등 과거의 사건을 재창조할 땐 더욱 정교한 세계관이 필요하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은 극 중 인간을 제외한 종족을 탄생시켰다. 또한 종족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창조하는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유명인의 또 다른 자아로 세계관이 사용되면서 그 영역은 확장되고 있다. 콘셉트를 갖는 것이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인스타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도 콘셉트에 동참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또한 개그맨 추대엽은 이전까지 히트작이 없는 개그맨이었지만, 카피추로 등장한 이후 현재는 36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을 보유한 유명인이 됐다.

이러한 마케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최근 주목받는 키워드인 ‘멀티 페르소나’와 연관이 크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언급된 멀티 페르소나는 현대인들이 SNS와 자신의 일상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정체성도 상황에 맞게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본 계정에 올리기 곤란한 것을 올리는 부계정이나 가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유행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마다 다른 표현방식을 사용한다는 ‘재질’이란 표현 또한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멀티 페르소나에 익숙해진 대중은 세계관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산슬과 유재석을 다른 인물로 인지하고, 펭수 인형 탈 안에 있는 인물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세계관은 멀티 페르소나의 유행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



△인사혁신처는 펭수를 따라 한 펑수를 제작했다. (사진 출처=인사혁신처 유튜브)

있는 놈이 더 하는 ‘부캐’의 한계

일각에선 세계관이나 부캐를 이용한 마케팅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존의 인기 있는 캐릭터를 모방해 등장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유재석과 닮은 외모로 인기를 끈 개그맨 정범균은 유산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네티즌들은 ‘유산슬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 ‘유재석 따라 하기 말고 다른 건 없나’ 등의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인사혁신처는 펭수를 따라 한 캐릭터인 ‘펑수’를 등장시켰다. 이는 저작권법 논란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대중들도 정부 기관의 마스코트를 패러디 캐릭터로 지정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높은 인지도를 가졌던 기존 캐릭터의 인기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유명 연예인이 부캐를 가지고 또 다른 분야에 진입하면서 신인들이 올라설 기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MBC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의 부캐인 유산슬의 신인상 수상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인 예능인 장성규와 공동수상을 했지만, 신인 연예인이 갖는 기회의 불평등은 문제시 됐다.



△유재석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를 통해 짧은 호흡으로 다양한 부캐를 표현한다. (사진 출처=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 인스타그램)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에서 탄생…트렌드 지속될 것

현재 유행하는 키워드인 ‘뉴트로’나 트로트처럼 세계관을 만드는 일 또한 한 시대의 흐름이자 일시적인 현상으로 비칠 수 있다. 쏟아져나오는 캐릭터에 신선함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흥미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지속성을 잃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캐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활동 주기는 단발적인 경우가 많다. 부캐로 꾸준히 활동하는 연예인 또한 초반보다 주목도는 현저히 낮아졌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펭수의 흥행에 힘입어 자체 캐릭터를 출시했지만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햇반의 캐릭터로 ‘쌀알이 패밀리’를 선보였고, 동원F&B는 ‘다랑이’를 출시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일이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개념에 단지 이름을 붙였고,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미디어 트렌드를 다루는 카카오 브런치 ‘뮤직애널’ 채널의 한 작가는 “부캐는 과거부터 오랫동안 인지해온 개념이다. 다만, 그 개념에 ‘부캐’라는 명칭을 붙였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모두가 다른 상황에서 같은 성격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캐는 꾸준하게 지속될 것이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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