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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직접 한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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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고도희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모임, 외식, 행사, 여행 등의 외부 활동과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일상이 장기화되면서 ‘포모족’과 ‘조모족’이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다. 포모(FOMO)족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각종 모임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모든 정보 습득과 유행에서 뒤처지고 왕따가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많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반면 ‘Joy Of Missing Out’의 약자인 조모(ZOMO)족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즐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필요한 과다 정보와 인간관계를 적절히 판단해 단절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게 특징이다. 조모족은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인 SNS마저 스트레스로 정의하고 멀리한다.

기자 스스로도 포모족일까, 조모족일까 생각해봤다. 굳이 구분하자면 조모족에 가까운 것 같다. 페이스북은 가입만 해놓고 유령계정이 된 지 오래며, 카카오톡도 자주 사용하지는 않고 불필요한 채팅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인데, 사실 인스타그램 때문에 SNS에 강한 회의감이 들어 최근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이 생겼다.

팔로우하는 쇼핑몰 업데이트와 소수 친한 친구들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인스타그램을 이용했었다. 그러나 그 장점으로 도저히 상쇄할 수 없는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정보와 과도한 광고, 보여주기식 자랑용 피드와 스토리가 넘치는 인스타그램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누가 더 좋은 곳에 갔고,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며, 누가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는지를 경쟁하는, 소위 ‘인싸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인스타그램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디지털 디톡스, 제대로 실천해보자는 마음으로 몇 가지 규칙을 더 추가해 약 한 달 동안 경과를 지켜봤다.



STEP 1. 침대로 스마트폰 안 가져가기

STEP 2. 앱 알림 끄기 및 불필요한 앱 삭제

STEP 3. SNS 비활성화하기

STEP 4. 일주일에 한 번, 스마트폰 없는 하루 보내기

디지털 디톡스 이후 일상에 나타난 변화들









자투리 이동 시간 독서

디지털 디톡스 초기,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은 대중교통 안에서 찾아왔다. 예전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장시간을 이동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다가 인스타그램을 좀 뒤적거리고, 인터넷으로 아이쇼핑을 하다 보면 금세 도착지에 도달하곤 했기 때문이다.

처음 며칠 동안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세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경하며 흘러나오는 CM송을 지나치게 집중해서 듣는 것도 지겨워진 나머지, 이동 시간을 하릴없이 보낼 바에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짧고 단순한 옴니버스 형태의 도서를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몇 페이지씩 읽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취미였다. 책을 읽다가 한 번씩 창밖 경치를 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었다. 책 한 권을 끝낼 때마다 소소한 성취감도 느껴졌다. 연초에 매번 “이번에는 꼭 책을 읽는 취미를 들여야지”라고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워서 성공했던 기억이 한 번도 없었던 걸 떠올려보면, 생활 속 작은 습관이 좋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취미, 홈트레이닝

어렸을 때부터 척추측만증으로 고생을 했다. 바른 자세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항상 별개의 문제였다. 어린 시절 배를 깔고 엎드려서 숙제하던 습관은 스마트폰을 하는 습관으로 이어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허리 좀 펴고 다니라는 잔소리도 허다할 정도로 들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성장이 멈추면서 측만증은 더 악화하지 않았지만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자목이 심해졌다. 몸이 옆으로 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목 건강과 허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남는 시간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요가 매트와 롤러를 사서 수시로 스트레칭을 했다. 홈트레이닝 물품을 살 때 함께 배송됐던 요가 동작 안내서를 보며 꾸준히 따라 했다.







온라인 채팅보다는 오프라인 만남 추구

“코로나 끝나고 보자”가 익숙한 인사말이 되어버린 요즈음, SNS로만 간간이 이야기를 전해 듣던 친구들과 하나둘 날짜를 잡고 만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활방역 수준으로 낮아졌고, 언제까지 방에 처박혀 두문불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소라면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지만, 비대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졌다는 게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다.

서울 소재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거나 파티룸을 빌렸다. 외부 공간에서 만날 때는 작은 규모의 인원이 모여 간단하게 일상을 공유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나누는 대화에는 SNS에서 짧게 주고받은 메시지와 이모티콘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생동감과 힘이 있다. 상대방의 눈과 표정을 보며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대화의 큰 재미임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외출을 하고 오면 확실히 기분전환이 됐다.













"디지털 디톡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었다. 스마트폰을 줄였더니 그동안 무심코 흘려보냈던 자투리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디지털 디톡스의 관건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당분간은 디지털 디톡스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이기를 아예 누리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았다. 스마트폰에는 문자나 전화 등 최소한의 앱만 남겨 두고, 인터넷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시간을 정해두고 컴퓨터로 접속한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지 않게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21세기가 정보화시대이며 정보가 곧 경쟁력이라는 주장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SNS에 돌아다니는 각종 과대광고와 허위사실은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개인의 일상은 아름답게 포장된 채 SNS에 업로드되고, 더 많은 ‘좋아요’와 관심을 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어간다. 이러한 세태에 조금이라도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디톡스를 진심으로 추천하는 바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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