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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다이어트 ②]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운 사람들' 우리는 왜 탈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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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해인 대학생 기자] #다이어트 #프로아나 #개말라 #뼈말라 #목표는 45kg

다이어트 SNS에 태그되는 ‘개말라’와 ‘프로아나’. 개말라와 뼈말라는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지고 싶음을 의미한다. 프로아나(Proana)는 영어로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 애나렉시아(Anorexia)를 합친 말로 거식증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동경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다이어트 자극을 위한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도 쓰인다. 과연 거식증은 그저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병일까.



다이어터 A 씨의 주말은 항상 치팅데이다. 평일엔 철저한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다 주말은 자신이 먹고 싶었던 음식을 모조리 먹는다. 이때 자신만의 규칙이 있는데, 식사는 집에서만 하고 음식을 먹을 땐 순서를 지키며 먹는다. 예를 들어 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가벼운 음식은 먼저 먹고 라면이나 치킨처럼 무거운 음식을 나중에 먹는다. 그리고 마무리는 생수 2L를 꼭 마셔줘야 한다. 그래야 토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프로 다이어터라 자칭하는 A 씨는 사실 식이장애 환자다. 

‘먹토’, ‘씹뱉’하는게 뭐 어때서, 자기관리야 (*먹토: 먹고 토하기, 씹뱉: 씹고 뱉기)

‘입고 싶은 옷 마음껏 입어보자’라는 이유 하나로 3개월 만에 15kg을 감량한 김 씨(24)는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다. 매일 운동량을 강박적으로 유지하며 살이 찌는 음식은 병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다 과자 생각이 미친 듯이 날 땐 과자 5봉지를 사와 모조리 씹고 뱉었다. 그는 봉투에 담긴 씹다 뱉은 음식들을 보며 “내가 이만큼 잘 참았구나 싶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그것이 식이장애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흔히 식이장애를 자기관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하나엔 다이어트 유튜브 콘텐츠가 있었다.



다이어트 콘텐츠에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치팅데이다. 치팅데이에 그동안 참아왔던 피자, 치킨,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고칼로리의 음식을 모조리 먹어 치운다. 사실 치팅 데이의 이름을 한 폭식이다. 그리고는 ‘급찐 급빠’(급하게 찌운 살은 급하게 뺀다)를 외치며 초절식 다이어트를 한다. 일주일 동안 생수만 먹는 다이어트 시도한 경우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는 것이 자기관리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치팅을 가장한 폭식이, 다이어트를 가장한 절식이 식이장애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한 채, 그저 건강을 위한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다. 

다이어트 강박증을 겪다가 현재는 탈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이 씨(30)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였지만, 다이어트에 관한 SNS나 유튜브를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름 탄탄, 11자 복근, 칼 식단, 급찐급빠’ 같은 단어와 잘못된 다이어트의 개념으로 인해 서서히 강박증으로 변해 갔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강박증인지 모른 채 햄버거집에 가서 햄버거 대신 샐러드를 주문하며 ‘난 샐러드가 더 맛있어. 난 식단 잘 지키는 거야’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다. 김유현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자기관리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체중만을 위해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 되도록 혹사하는 것은 자기관리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 사진=픽사베이


먹는 거 하나 마음대로 조절 못 해? 

식이장애를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문제가 있다. 폭식증을 앓았던 신 씨(18)는 부모님에게 “왜 멍청하게 먹는 걸 조절하지 못하냐”라며 “토를 할 거면 차라리 처먹지를 말던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많은 사람이 식이장애를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이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 식탐이 많아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흔히 과식과 폭식을 착각하곤 하는데 김유현 전문의는 “맛있는 것을 많이 먹는 과식과 처음부터 ‘내 앞에 있는 음식을 몸 안으로 쑤셔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먹어 치우는 폭식은 전혀 다르다”며 “식이장애는 약물치료가 필요하기도 한 질환이며 특히 거식증 같은 경우에는 치사율이 5~10% 정도라 의지로만 치료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운 사람들

한편 자신의 상태를 알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치료과정에서 살이 찔까 두려운 사람들이다. 안 먹어서 머리가 빠지고, 월경이 멈추고, 토하느라 목에서 피가 났지만,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살이 찌는 것이다. 김유현 전문의는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있는 상황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조차 환자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왜곡되게 인식한 상태에서는 ‘체중 혹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라’는 이야기는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날씬하면 이 불행이 끝나는 걸까

체중 때문에 시작한 다이어트.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은 날씬한 몸을 얻어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이 아름다운 결말을 맞았을까. 흔히 식이장애 환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날씬해지면 먹토나 씹뱉을 할 이유가 없으니 저절로 치료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살이 빠지면 빠질수록 더 강한 강박을 느끼게 된다. ‘탈 다이어터’ 이씨(30)는 “체지방 18%이었을 때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몸매를 가졌지만, 가장 건강하지 않은 몸이었다”며 “맛없는 보디빌더 식단을 먹으며 온종일 다른 음식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스럽고 우울했다”고 전했다. 폭식증이든 거식증이든 식이장애는 단순히 체중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문제로 해결할 수 없다. 김유현 전문의는 “식이장애의 치료는 나의 기분, 나의 하루, 사소한 내 일상이 체중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씨의 인스타그램(@happy_diet_workout)

탈 다이어트를 통해 다이어트 강박과 식이장애를 고친 이씨(30)는 더 이상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운동 역시 강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한다. 그는 탈 다이어트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You do you. Do your self’라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나의 귀여운 뱃살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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