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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찬반 논란 속 2021년 최저임금 8720원 확정, 최저임금 '1만원'이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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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2021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확정됐다. 역대 최저 인상률인 1.5%를 기록했지만 찬반 여론은 아직도 뜨겁다. 최저임금 인상 찬성 측은 “노동자의 권리는 법으로 지정한 최저임금으로 간신히 보호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것은 알바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삭감과 유지는 안될 말”이라고 답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시대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행동”, “자영업자에게 임금 부담을 주면 오히려 고용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18년~2020년 최저임금 상승 추이

 

 최저임금

월급

 2021년

 8720원 (1.5%↑)

 182만2480원

 2020년

 8590원 (2.9%↑)

 179만5310원

 2019년

 8350원 (2.7%↑)

 174만5150원

 2018년

 7530원 (16.4%↑)

 157만3770원



 


복지 보장 안 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이 ‘생명’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일했던 대학생 김 모(23)씨는 코로나19 이후 원래 7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이 6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계약상으로는 8시간을 근무할 경우 식대를 제공해야 한다. 김 씨는 “사장님이 당분간 근무 시간 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는데 근무시간이 줄었으니 주휴수당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걸 듣고 화가 났다. 계약서를 써도 사실상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 모(51)씨는 “최저임금은 꾸준히 오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도 같이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아직까지도 지방은 최저임금을 안 주는 사업주들도 많다.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이 높게 책정돼 있어야 사업자들이 노동자 권리를 의무적으로라도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최근 알바자리를 잃었다고 답한 7명의 대학생들은 “최저임금도 못 줄 것 같으면 장사를 왜 하냐”고 비판했다. 이외에 알바생들은 “내 월급이 매년 성장하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난다”, “아직도 ‘갓거킹’을 사 먹기에는 부족한 내 월급”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나타낸 작년 기준 최저임금 관련 그림.(사진 제공=Getty Image)


자영업자들, 가게 유지 위해서는 ‘시간 쪼개기’, ‘단기 알바’로 할 수 밖에

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35)씨는 최근 주말 알바 두 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평일 알바 역시 오전·오후를 각 4시간으로 분배하고 자신이 나오는 시간을 늘렸다. 박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부터 매출이 많이 떨어져 결정한 것”이라며 “주휴수당을 다 챙겨주기가 힘들어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언론에서는 ‘시간 쪼개기’라며 비난을 하던데, 소규모 자영업자는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익선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천 모(36)씨는 “익선동 자체가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야 유지될 수 있는 동네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새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올해 얼마나 상승될 지 걱정스러웠다. 물론 물가만큼 임금이 올라와야 하는 건 맞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매년 계산해야 하는 월급이 부담스럽긴 하다”고 설명했다. 

취재차 만난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맞이한 대학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가장 먼저 줄어들 것이 알바라는 것을 예상한 탓이다. 시간 쪼개기 등의 변화로 오히려 월급이 줄기도 한다. 또한 정규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바쁠 때만 단기로 채용하는 등의 일시적 일자리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대답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서로 눈치보는 자영업자와 알바생을 나타낸 그림.(사진 제공=Getty Image)


“최저임금과 복지는 따로 생각해야 vs 최저임금이 곧 최소한의 복지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과 복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최저임금이란 1차 분배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생긴 것”이라며 “복지와 최저임금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겠지만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며 복지는 정책적 문제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으로 모든 것을 연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생 A씨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코로나19로 축소된 시장에서 알바생, 비정규직 등의 복지나 근무 환경에 대한 뒷받침도 중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 대신 식대 보장, 휴식시간 보장 등의 근무 환경이 나아진다면 최저임금 인상만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치열한 노사정 공방 지속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21년 최저임금으로 10000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약 16.4% 인상된 금액이다. 민주노총이 해당 금액을 제시한 이유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닿아있었다. 최저임금 만원은 1인 가구의 생계비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넣어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기준선을 낮춰준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임금을 덜 올려주게 되더라도 최저임금 위반선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 8720원이 결정된 1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5%인상은 역대 최저’가 아니라 ‘최악”이라며 “130원 오른 8720원은 비혼 단신가구 기준으로도 40만원 부족한 수준이며, 화폐가치와 물가 상승을 전부 고려했을 때에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과는 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수준을 알만 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14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근 경제 역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최소 동결되었어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개편하겠다”며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최저임금 만원 되려면 어떤 것들이 충족돼야 하나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만원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와 영세업체가 ‘만원’을 지불하고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시간 당 만원을 받고 일한 노동자가 시장에 충분히 존재하면 된다. 최 교수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서는 수요 측면이 충족되지 않아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만원 공약은 현 시점에서는 배부른 이야기”라며 “최저임금 만원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모두가 최저임금 만원이 필요없는 경제적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하위계층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최저임금제가 전체 근로자의 10% 수준인 고소득자의 임금도 보장하는 현재 운영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의 불안정한 고용체계는 최저임금과 함께 사회보장제도가 적절히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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