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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창업하기] “콘텐츠가 나대신 돈을 벌게 한다” 신태순 무자본창업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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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유대인들은 유대교 경전 탈무드를 공부할 때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하며 진리를 찾는다. 이 방법은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유대교 대표 교육방식 ‘하브루타(havruta)’다. 

이 방식을 다름 아닌 창업에 적용한 사람이 있다.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신태순 버터플라이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콘텐츠가 나대신 돈을 벌게 한다’는 모토로 설립한 그의 회사는 콘텐츠로 고객을 모으고, 이 모임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를 하브루타가 그렇듯 엮어 사업 아이디어로 재창조한다. 지난달 발간한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의 저자 신 대표를 만났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무자본 창업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일반적인 ‘자본금 0원’이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창업에 실패한 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지도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 후에도 피봇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게 창업이다.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빛을 향해서 달려왔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 그 과정에서 늘 불안함을 안고 살아왔다. 창업은 더 큰 불안함을 떠안아야 한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안 되면 좌절하고 인생의 낙오자라고 스스로를 판단하게 된다. 이를 보듬어줄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있나

두 가지다. 우선 각자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미팅은 하지 않는다’ ‘2차는 가지 않는다’ 같은 거다. 이렇게 자기만의 페이스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감정일기다. 사업의 90%가 사람과의 감정싸움으로 이뤄져있다. 사업이 지속 가능하냐는 이런 감정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 화가 났을 때 이 감정이 곧 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감정을 멀리 떨어져서 봐야한다. 감정에 이끌려 함부로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기술이 좋고 학벌이 좋고 아이템이 좋아도 사업이 어렵다. 반대로 감정 컨트롤이 잘 되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처음 창업을 시작했나

그동안 부모님 기대에 맞춰 살아왔다. 죽기살기로 공부해 대학에 입학했고,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학교 고시반에서 3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결국 시험에는 실패했고, 학교를 나와 보니 공부말곤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난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낙오자가 돼있는 기분이었다. 문득 두려워졌다. 나중에 아빠가 돼서 내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분명히 대학에 합격했을 때만해도 모두의 부러움을 샀는데 지금의 난 사회부적응자라니. 순간, 지금이 바로 변화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학벌과 과거의 나를 버리고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모범생이 현장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부모님이 회사로 찾아와 지점장 멱살을 잡기도 했다. 밖에서 사람들에게 별별 욕도 들어먹었다. 정말 힘들었다. 심리치료도 받으러 다녔다. 하지만 어렵게 결심한 만큼 여기에서 뭔가 이뤄야겠다고 계속 다잡았다. 그리고 조금씩 돈을 벌 때마다 마케팅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바닥까지 갔다가 성공한 사람도 찾으러 다녔다. 그러면서 영감을 얻어,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SNS 계정도 열어 금융지식을 나눴다. 점차 인기가 생겼고 오프라인 세미나 역시 거의 최초로 열었다. 여러 시도 덕분에 주목을 받았고 TV와 라디오방송에 경제금융관련 전문패널로도 출연하면서 개인 브랜딩을 쌓았다. 그렇게 4년을 다녔다. 

그러다 왜 창업을 하게 됐나

회사의 결정에 따라 한순간에 고객 앞에 죄인이 되는 경험을 종종 했다. 내가 아무리 고객에게 충실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는 날 보호해주지 않고. 차라리 내 것으로 고객을 만나보고 싶었다. 첫 창업 아이템은 사업아이디어를 문서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내 첫 창업이 바로 무자본창업이었다. 매주 10장짜리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온라인에 올렸고 관련 영상도 게재했다. 자료가 쌓이면서 이용자도 늘었고, 그때 유료로 전환했다. 이게 지금의 자동화 콘텐츠마케팅 세일즈다. 

온라인 마케팅만 하나

사실 온라인에선 무자본창업이 수월하다. 내 사업은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하다. 고객으로부터 선수금하기 때문이다. 현재 음반제작사업소, 양복제작사 등 20개 고객사가 법인을 설립했고 여기 대주주로 들어가 있다. 음반제작사같은 경우, 현재 월 2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으로부터 선수금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음반제작사는 먼저 ‘가수처럼 노래하기’ 등 정보성 강의를 블로그와 유튜브에 꾸준히 올렸다. 그러면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으로 연결하는 거다. 이때 주변 인맥 등을 최대한 활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서비스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오프라인 매장오픈을 앞둔 사람을 위해 법인설립 관련 세무, 법무, 정부지원사업 유치방법 등을 온라인에 먼저 강의형태로 올린다. 그 뒤에 역시 수요자가 생기면 주변 법무사나 세무사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내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람들이 온라인에 긍정적인 후기를 올리면 이게 다시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 광고는 고객에게 불쾌감만 주고 효율도 떨어진다. 대신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수많은 기업 중 내 회사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해답이 바로 콘텐츠다. 그러려면 기업이 아닌 고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홍보하고 싶은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고 알고 싶어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신뢰를 쌓고 반대로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사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걸 전문가의 언어로 전환해 상품이나 세일즈 페이지를 구성하면 그게 무자본 창업이다. 사업가는 기버(giver)가 돼서 고객에게 먼저 콘텐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영감을 얻었나

해외에선 이미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메일과 커뮤니티에 소통판을 만들어 대화하게 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를 주고 이걸 창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다시 고객에게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게 바로 무자본 아이템의 근간이다. 잠재고객이 있으니 영업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무자본 창업의 장점

돈이 없으면 오히려 사업성을 쉽게 검증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사람을 뽑을 때, 그만큼 상대방은 내 사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때 만약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내 아이템의 사업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 창업생태계가 무조건 세게 달리는 것을 지향한다.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받아 사업을 키우는 게 미덕이 된 듯하다. 사업의 비전이 없어도 투자를 받은 이상 계속 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돈이 많은 게 혹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 기회가 많이 줄면서 콘텐츠마케팅을 통해서 상품을 파는 방식을 더 넓히고 있다. 1인 기업이나 육아맘에게도 전환하고 싶다. 해외진출도 가능하다. 자기만의 독보적인 콘텐츠 가지고 내 삶을 주도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고 싶다. 또 아이와 시간을 많이 나누는 부모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부터 그렇게 바뀌려고 한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사랑이 충만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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