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고도희 대학생 기자] 2020학년도 여름 계절학기부터 고려대는 새로운 수강신청 방법을 도입한다. 이는 수강신청의 형평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학교 측의 강수였으며, 불공정한 매크로 사용과 강의 매매를 근절하고 문제가 잦았던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수강신청 시스템 개편에 따라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5월 22일 모의 수강신청이 진행됐고, 5월 29일부터 6월 2일 총 5일간의 여름 계절학기 수강신청도 개편된 방법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학교 측의 의도와는 달리 수강신청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뀐 수강신청 방법은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이슈가 됐다. 고려대 에브리타임 캡처.
2020학년도 대대적인 수강신청 개편, 달라진 점은?
지금까지 고려대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할 때 계단형 또는 Ctrl+Tab형 방식을 활용해 왔다. 계단형은 탭을 계단 형태로 배치해 두고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신청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이고, Ctrl+Tab형은 다음 탭으로 넘어가는 단축키를 활용하여 마우스는 그대로 둔 채 탭만 바꿔가며 신청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신청하고자 하는 과목 수만큼 탭을 복제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단형 방식. (사진 제공=고려대 TV방송국 KTN)
△Ctrl+Tab형 방식. (사진 제공=고려대 TV방송국 KTN)
그러나 바뀐 수강신청 시스템에서는 다중 탭 기능이 허용되지 않고, 수강신청 브라우저 탭은 한 개만 사용 가능하다. 과거에는 여러 개의 탭을 연 다음 매크로를 사용해 수강신청 버튼을 연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 과목을 신청하고 신청 결과를 확인한 다음 다시 다른 과목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편법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익명의 학생은 매크로를 사용해 수강신청을 성공했다. 고려대 에브리타임 캡처.
(오른쪽)다중 탭을 사용할 경우 위와 같은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고려대 수강신청시스템 사용자 매뉴얼 캡처.
또한 강의 매매와 양도 방지를 위해 과목 신청 지연제를 도입해 신청 인원 제한 과목의 정원이 가득 찬 상태에서 해당 과목을 취소할 경우 일정 시간(30분~1시간 중 랜덤)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강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특정 시간에 강의를 주고받기로 협의해도 강의가 풀리는 시간이 랜덤이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새벽 시간대에는 지연되는 랜덤 시간이 연장되나 이 조건은 수강신청 종료 30분 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익명의 학생은 인기 강의를 40만원에 사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고려대 에브리타임 캡처.
△신청 지연된 과목에 대해서 신청을 시도하면 위와 같은 메시지창이 나타난다. 고려대 수강신청시스템 사용자 매뉴얼 캡처.
우선순위 기반의 추첨제도 반영됐다. 학생들은 수강희망과목 등록 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수강희망 인원이 정원을 초과할 경우 전체 정원의 20%는 우선순위가 높은 순으로 추첨을 통해 우선선발 되고, 나머지 80%의 인원은 수강신청 당일 선착순으로 등록된다. 수강희망과목으로 등록한 강의를 본 수강신청 전에 삭제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수강희망과목을 Drag&Drop해 우선순위별로 순서를 정렬할 수 있다. 고려대 수강신청시스템 사용자 매뉴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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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0학년도 수강신청 개편 내용
개편 전 |
개편 후 |
다중 탭(Ctrl+Tab형, 계단형) 가능 |
다중 탭 불가능 |
정원이 차 마감된 강의를 내 시간표에서 삭제하면 바로 다른 사람이 추가할 수 있음 |
과목 신청 지연제 도입 |
수강희망과목 등록 시 정원보다 등록인원이 적으면 등록인원 전원이 자동으로 수강신청이 되지만, 많으면 리셋 후 수강신청 당일 다시 신청해야 함 |
수강희망과목 우선순위 추천제 도입, 수강신청 전 등록과목 삭제 기능 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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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수강신청 개편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
2018학년도 수강신청 개편 당시 수강희망과목 등록, 강의계획서의 내실화 및 수강신청 정정 학년 구분 폐지를 했을 당시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2020학년도 여름 계절학기 수강신청에 참여한 A(22) 씨는 “2학기 정규 수강신청을 하게 되면 기존 다중 탭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 대다수가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B(21) 씨는 “바뀐 수강신청 방법으로는 내 1픽 2픽 3픽(가장 듣고 싶은 강의 1등, 2등, 3등)을 차례대로 수강신청 하고 있을 때 이미 다른 강의가 다 차 버리기 때문에 올클(올 클리어, 수강신청 전 과목 성공)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앞으로는 예전보다도 훨씬 시간표 전략을 짜는 데 공들여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과목 신청 지연제가 강의 매매를 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랜덤으로 지정된 시간 이후에 신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창을 모두가 볼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그 시간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이용자가 몰린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정정기간은 사실상 수강신청의 무기한 연장선”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급진적인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모의 수강신청에 참여한 재학생 C(21) 씨는 “이번 수강신청 개편은 매크로와 강의 매매를 막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많은 애로사항은 있으나 궁극적으로 봤을 때는 공정한 수강신청을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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