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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의 엔젤투자] “스타트업이 멋있다고요?” 더럽고 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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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의 엔젤투자] “스타트업이 멋있다고요?” 더럽고 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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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잡앤조이=소성현 얼트루 대표] 많은 기업에 투자한 전문엔젤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보니 예비창업자들의 새롭고 기발한 사업아이템들을 들어볼 기회가 참 많습니다. 반대로 각각 다른 창업자들에게 비슷한 사업아이템을 듣는 경우도 많고, 일명 핫한(투자 받기 좋은)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팀을 꾸리고 창업을 하려는 예비 창업자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스타트업하면 위워크(WEWORK) 같은 고급 공유오피스에서 여유있게 커피 한잔과 맥북으로 일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면 공유오피스 임대료는 누가 내며, 맥북과 커피는 누구 돈으로 사용하고 마실 것인지를 묻기도 합니다. 제가 투자한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 중 위의 예시처럼 창업 드라마에나 나올 환경에서 일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물론 미미박스(MEMEBOX)의 경우 유니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미미박스만큼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곳도 없죠. 2015년 한창 서브스크립션으로 MEMEBOX가 월 배송 1만개에 임박했던 시기, 주주총회에 갔다가 논현동 주택가 반지하에 있던 배송창고를 갔던 생각이 나네요. 정말 굉장한 스팩을 가진 직원분들이 밤을 새우며 포장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일하는 모습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투자자가 같은 기준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돈(매출과 이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멋이 없고, 일하는 환경이 좋지 못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해 줄 고객들이 소상공인일 경우 등등 싫은 이유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제가 투자한 곳 중에서 비록 시작은 멋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멋있어진 브랜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피자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고피자’의 이야기입니다. 2017년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 이동식 화덕기계를 사용해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 키우겠다는 기업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대치동 반지하 사무실에서 만났던 임재원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대형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이었는데,평소 관심이 많았던 피자를 ‘1인용 피자’, ‘주문 3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임 대표는 소자본 창업의 구조를 만들어 점포를 늘리고, 매장수를 늘려 접근성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여기까지 읽었을 때 비즈니스가 안될 것 같은 점이 얼마나 많을까요?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등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잡고 있으며, 배달서비스가 고도화된 한국시장에서는 언제든 편리하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입니다. 그리고 1만원 이하의 저가 피자프랜차이즈도 너무 난립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본 가능성은 이동식 화덕 ‘GOVEN’, 1인용에 적합한 ‘타원형 도우’,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룬 ‘소자본 창업’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프랜차이즈업은 벤처기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지만 단순 인테리어 사업이 아닌 기존 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고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두번째 공유주방을 운영 중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입니다. 2016년 설연휴에 김기웅 대표를 만났습니다. 당시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라 시리즈 B단계 이상의 기업들을 주로 검토해서인지 사실 대치동과 논현동에서 ‘보통도시락’이라는 배달전문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는 고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멋없고 힘들 수밖에 없는 기업이었죠. 그때 김 대표와의 대화에서 정말 힘든 시장이지만 변화시킬 포인트가 많아 ‘보통도시락’을 키울 것이 아니라 식당창업의 실패확률을 줄여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 후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올 2월, 패이스북에 3년전 오늘 사진을 보니 그 당시 보통도시락 두개를 운영하는 작은 회사였지만 공유주방을 운영하는 WECOOK(공유주방서비스 명칭)으로 식당창업시장을 바꾸겠다며 기업소개자료의 대부분을 현황보다는 앞으로 할 서비스로 가득 채워 놓은 걸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위의 두 기업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코딩과 개발자가 난무하는 그런 기업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멋없고 힘든 시장에서 멋있게 돈 버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기업임은 확실합니다. 창업은 멋있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은 꼭 알아야 할 상식입니다. 


    소성현 대표는 고려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해 IBK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을 거치면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해왔다. 이후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100여개의 회사에 투자를 했고, 현재 마스크팩 브랜드 ‘얼트루’를 운영 중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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