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의 ‘YOUNG농 이야기’]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청년은 평생 농사만 지으시는 부모님을 보며 ‘농부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와 비옥한 땅을 일구고 그곳에 뿌리를 내려 연 매출 3억원의 어엿한 ‘농사꾼’이 됐다.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험형 농장, 농가 레스토랑 운영 등으로까지 농업을 확장한 임용휘(29) 대표. 그는 “농업인을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임용휘 대표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맛다냐 농장’과 레스토랑 ‘WITH US’를 운영하고 있다. 독립 경영체로 농업을 한 지는 올해로 1년차이지만, 이전까지 8년 동안은 부모님을 도와 계속 해서 농사를 지어온 어엿한 10년차 농업인이다. “2010년부터 부모님을 도와 토마토를 재배하며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경기도농업기술원, 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하는 ‘지역 활력화 작목 기반조성 사업’에 선정돼 딸기 농사를 시작하며 독립했죠. 지난해 딸기로만 4200만원의 수익을 냈습니다.”지자체 지원으로 작물 재배 시설 구비… 작물 활용 사업으로 수익 향상
맛다냐 농장의 딸기는 모두 수경재배로 수확한다. 수경재배는 혼합상토에 배양액을 공급해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작물을 키우는 방법이다. 뿌리의 상태와 성장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깨끗하게 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시설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임 대표는 지역 시범 사업에 지원해 수경재배를 위한 양액재배 고설베드시설, 관수시설, 양액공급 장치, 난방시설과 환풍 시설 등을 설치하는데 든 3700만원을 국비와 시비로 100% 지원받았다. 특히 그는 이곳을 ‘도시 근교 딸기체험형 농장’으로 운영해 추가 수익을 냈다. 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은 12월부터 본격 시작돼 5월까지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주 평균 150명의 체험객이 임 대표의 딸기 농장을 찾았다. △체험형 농장을 방문한 체험객들이 딸기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용휘 대표 제공딸기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앞에는 임 대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레스토랑은 임 대표가 처음 농사를 시작한 2010년부터 운영됐다. 그는 “토마토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의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상품성이 없는 토마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셰프인 친누나의 도움을 받아 레시피를 전수받고, 셀프 인테리어 등으로 초기 레스토랑 창업비용을 절감했다. 초기 투자비용으로는 3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수확량 대비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작물을 활용한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토마토와 번갈아가며 계절별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딸기 농사를 시작했어요. 체험형 농장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은 더욱 늘었죠. 한 해에 농장에서 1억원, 레스토랑에서 1억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광주시내 딸기 재배 농가 18곳 중 지난해 저희 농장에서 수확한 딸기가 가장 품질이 좋아요.(웃음)”농사는 짓지 않겠다던 청년, 호주에서 농업의 기회를 찾다
임 대표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눈 뜨자마자 작물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우스를 환기 시키고, 생육상태를 관찰한다. 농장을 한 바퀴 돌며 양분과 수분을 관리해준 후 레스토랑 오픈 준비를 시작한다. 비닐하우스 내 온도를 평균 17도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하우스에 내려가 낮에는 27도, 밤에는 7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 생각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보며 ‘농사는 짓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부모님도 임 대표가 농사를 짓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였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을 경호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던 해 6월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호주에서 농사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농장에서 일을 하며 농업에도 다양한 기회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 보니 우리나라도 이미 많은 선진화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고 있었다. “농업과 청년농업인에 대한 인식도 옛날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었죠.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제도와 지원 정책이 정말 많아요.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만 있다면 이를 활용해 청년농업인에 도전해볼 수 있죠.”힘든 점도 분명 있다. 농촌이 겪는 인력난을 임 대표도 실감한다고. 그는 “업무 시간도 길고 노동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는데, 모든 일을 저 혼자 해야 한다”며 “아직은 농촌에서 농사일을 한다고 하면 가족 단위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또 단순히 ‘농사’만 지으면 되는 게 아니라 사업 관리부터 홍보, 회계 등 모든 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그는 “농업도 한 분야의 사업이고 창업이라고 생각 한다”며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른 농업인들과 관련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 대표는 ‘광주시 4-H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4-H 연합회는 농촌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광주시 농·특산물 애용 및 홍보 등의 활동을 한다. 광주시 청년농업인 33명과 청소년 380명이 활동하고 있다.“꾸준한 공부와 설비 투자… 다방면으로 ‘농업’을 생각하라”
“부모님은 40년간 농사만 지으셨고, 저도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기술 컨설팅을 받고 있습니다. 작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농작물도 생명체잖아요. 다양한 변수와 환경에 대해 계속 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수익이 나는 대로 설비 투자도 계속 해야 하고요.”내년 3월에는 레스토랑 옆에 유리온실이 지어질 예정이다. 유리온실에서는 관엽식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체험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취업의 길은 생각해본 적 없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나 역시 또 다른 하나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임 대표의 꿈은 ‘기업형 농업’을 하는 것이다. 여러 작물을 재배하며 농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농업인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농업’이라는 단어를 ‘농사’에만 한정짓지 마세요. 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키우는 것만이 농업은 아닙니다. 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많아요. ‘귀농’을 농촌에 와서 농사를 짓는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다방면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제 ‘농업’은 또 하나의 취업 분야니까요.”yena@hankyung.com사진=서범세 기자<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