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이철규 단장은 2004년 9월부터 4년간 건국대 창업지원센터(BI) 부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건국대 창업과 첫 연을 맺었다. 2008년 9월부터는 센터장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이 단장 부임 후 8년 뒤인 2014년, 건국대는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고 그 후로 현재까지 5년째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단장은 “기성 기업에 ‘취업’하려고만 하는 의존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직장을 만들고 인력을 고용하는 산업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 건국대 창업지원단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최초’가 많다. 2002년 3월부터 전국 대학 최초로 일반대학에 기업 CEO 및 관련 지원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술학과를 운영했다. 학생들이 재직자라, 언제 어디서든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유비쿼터스(ubiquitous) 컨설팅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곳에서 약 700명이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들이 하나의 인프라로 성장했다. 현재는 ‘신사업융합기술학과’라는 학부과정으로 통합됐다. ‘창업경진대회’도 이미 2000년에 학교 자체 예산으로 전국 규모로 실시했다. 당시는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약할 때라 창업 마인드를 함양시키고 꿈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수상 팀이 실제 창업도 했다.”
- 건국대 창업지원단의 성과가 궁금하다.
“2017년 20개 보육기업 매출이 34억원이다. 2016년 대비 13% 증가했다. 고용도 92명을 기록했다. 고객센터에 챗봇을 도입한 한 기업은 30억원을 투자받고 졸업했다. 2014년에 우리 대학 학생창업자 수가 통계적으로 0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해다. 그러다 작년에 24명으로 크게 뛰었다. 실전 중심의 창업 교과목 덕이다. 서울시가 2011년부터 8년 간 ‘캠퍼스 CEO육성사업’을 학교 정규교과목으로 선정했다. 팀 빌딩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 고도화 등 실습형 수업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이다. 1학년 때부터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창업 인지도가 높아졌고 실제 우수한 창업자도 많이 배출됐다.”
- 예를 들어 준다면.
“팜스킨의 곽태일 대표다. 버려지는 젖소 초유를 모아 마스크팩과 미스트 등 화장품으로 상품화 했고 최근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곽 대표는 축산학(현 동물생명과학과로 개편)을 전공해 석박사를 거쳐 연구원이나 교수를 지망했다. 그러다 1학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캠퍼스 CEO육성사업을 교양과목으로 들었고 그때 창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2학기 때 창업 캠프도 가고 그 후로도 관련 수업을 계속 신청하면서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
- 건국대가 있는 서울 동부권의 창업 인프라는 어떠한가.
“성동구 성수동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성수 IT종합센터’가 있다. 이곳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학교와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중이다. 한양대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해외 수출을 원하는 아이템을 미국의 컨설팅 멘토와 연결해주고 학생을 미국에 보내주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1박2일 동안 연세대와 ‘ 창업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광진구의 광진구벤처기업지원센터도 위탁 운영하면서 입주기업 교육을 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 동부권은 아직 창업 기반이 약하다. 지역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부 뿐 아니라 경기의 동부인 구리나 남양주와도 협업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학생창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지역 중·고등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창업을 알리고 있다.”
- 대학생이 왜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좋은 기업에 취업했어도 그 기업이 내 삶을 평생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저조하고 고용창출 속도도 더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기성 기업에 취업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대학에서 제대로 된 벤처기업가가 배출됐으면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우리 학교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꾸준히 학교에 창업 특강을 온다. 이런 롤모델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0년 후에 창업을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대학생활을 설계하고 취업을 준비하자.”
- 단장님이 생각하는 창업DNA란 무엇인가.
“목표의식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눈빛이 다르다. 열정이 있고 인생 목표도 명확하다. 파랑새증후군이란 말도 있지 않나. 대기업에 입사만 하면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취업 후에는 또 계속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이건 개인과 회사, 국가 모두에 손해다. ‘취업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지양하자. 자기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학생 때 창업을 고민해보자. 당장 창업할 여력이 안 된다면 교육을 받아서 10년 후에 할 창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된다. 이건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업가가 갖춰야할 역량을 직장생활에서 얻으면 된다. 이제 시키는 것만 잘하는 인재는 필요 없다. 토익이나 학점 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 점점 산업 환경 변화속도가 빨라지기에 이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접근해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 하지만 여전히 많이 학생이 창업 실패 후를 두려워한다.
“많은 학생들이 ‘창업을 시도하다가 창업도 제대로 안 되고 스펙이 없어 취업에도 실패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 상담을 해 온다. 스펙이 왜 없나. 창업 그자체가 스펙이다. 매출이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인 다양한 실전 경험은 시험만 준비해 온 학생들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회사 인사담당자도 그런 인재를 원한다.”
- 최근 각 계의 학생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사업 간 유기적인 협력이 조금 약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 지원 사업이 많은데 각 사업별로 따로 성과를 매기니까 각 사업주체들은 학생들에게도 사업 초기단계부터 매출이나 고용창출 압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 초기 기업가에게는 지속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교육해 홀로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창업인프라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우선 봐 달라. 우리의 역할은 자라나는 새싹을 관리하는 것이다. 학교 창업센터의 평가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각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 건국대 창업지원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2000명이 넘는 학교의 중국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을 연결해 팀 창업 토대를 만들고 싶다. 중국 학생 중 소위 ‘보따리상’을 하는 친구도 있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을 가져가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런 음지의 사업을 양지로 끌어내주고 싶다. 중국 사업에는 반드시 중국인이 필요하다. 창업동아리의 형태도 괜찮다. 유학생을 제대로 교육해 중국 등 해외진출을 원하는 한국 학생을 연결해주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학생과 일반인에게 제대로 된 창업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창업에 있어 특히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머릿속에서 ‘언젠가는 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어렵다.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뒤 괜찮다는 확신이 서면 과감히 도전해 보자.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특히 요즘은 창업 지원금도 많고 교육도 많다. 창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공부만 하는 학생과 주도적으로 창업을 해서 기업을 일구겠다는 학생은 판이하게 다르다. 직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자. 여러분이 젊은 창업 선도자가 되길 바란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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