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2014년 10월 9일, 대한민국 인턴나부랭이 하나가 인터넷에 글을 끼적였다. 공휴일에 혼자 출근해 일하고 있다는 신세한탄 따위였다. 그 의미 없는 끼적임은 훗날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낱 인턴나부랭이에 불과했던 그는 어떻게 2만 7800 구독자를 가진 포스트 운영자로, 인기 콘텐츠 제작자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을까. ‘그 남자의 사회생활’은 2만 7800여명이 구독 중인 네이버 인기 포스트다. 운영자 장근우(29) 씨는 2014년부터 포스트를 통해 자신의 직장 생활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송년회 준비를 알아서 잘 해보라는 상사의 지시에 정말 알아서 했다가 야단맞은 이야기부터 지각이 확실한 출근길의 심리상태, 회식에 임하는 자세 등 독자들의 공감을 끄는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인턴나부랭이’ 시절 포스트 연재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사원나부랭이’로 승진했고, 두 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현재는 여성쇼핑몰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 ‘브랜디’의 R&D 서비스팀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만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담은 책 ‘콘텐츠의 정석’도 출간했다. 오매불망 원하던 인턴, 3개월 만에 고비와 인터넷에 푸념 글
“대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교내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했어요. 사실 창업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우승 상금 50만원을 목적으로 했던 거죠. 어떤 아이디어를 낼까 고민하다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을 제안했어요. 퍼스널 브랜딩으로 우리 학교 학부생의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식이었죠. 그런데 그게 4등으로 뽑혀 상금 30만원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얼마 후 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상을 받았으니 이제 성과를 내라고요.”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그의 나이 스물다섯에 깨우쳤다. 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퍼스널브랜딩에 대한 성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퍼스널 브랜드가 뭔지도 잘 몰랐던 장 씨는 부랴부랴 인터넷에 초록창을 켰다. ‘퍼스널브랜드’를 검색해 가장 첫 줄에 나오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연락이 닿은 이가 장 씨를 처음으로 채용한 브랜드매니지먼트 ‘엠유’의 조연심 대표였다. ‘청년창업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하는데 도와달라’며 찾아온 장 씨의 용기를 가상히 본 조 대표는 엠유에서 진행하던 멘토링 프로그램을 그의 학교에서도 진행해주겠다고 했다. 장 씨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조 대표의 강연에 반해 또 한 번 그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대표님의 회사에 취업시켜달라’고 졸랐다. “다행히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7월부터 엠유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죠. 처음에는 의욕 충만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 3개월마다 고비가 오잖아요. 정말 3개월이 지난 10월이 되니 힘들어지더라고요. 일이 많아 공휴일에도 출근했는데 놀자고 연락오는 친구들을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죠. 어떻게 풀까 하다가 네이버 포스트에 글을 써보기로 했어요.”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이었다. 장 씨는 ‘인턴나부랭이’라는 필명으로 회사 생활, 정확히는 인턴 생활의 고충을 끼적였다. 아무도 모르겠지 했지만 태그로 회사명을 넣는 실수를 하며 다음날 바로 대표에게 발각됐다.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대표는 계속해서 포스트를 운영하라며 그를 격려했다. ‘콘텐츠 100개 만들어야 인턴 졸업’이라는 진담같은 농담, 농담같은 진담도 덧붙였다. 그렇게 그는 콘텐츠 100개를 목표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열일하는 ‘인턴나부랭이’가 됐다. △ 네이버 포스트 '그 남자의 사회생활' 캡처
잘 만든 콘텐츠 덕에 ‘사원나부랭이’로 진급 “15회까지 구독자가 10명 정도였어요. 보는 사람도 없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하나 고민했죠. 슬슬 그만둘까 싶었는데 마침 네이버 20PICK 에디터로 공식 연재 제안을 받았어요. 1년 정도 네이버 20PICK에 연재를 하면서 구독자가 크게 늘었죠.” 회사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웃음 터지는 적절한 ‘짤’과 함께 올린 ‘그 남자의 사회생활’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나 또래 ‘인턴나부랭이’들이 그의 고충에 공감했다. 종일 스캔 작업만 해 ‘스캐너의 장인’이 된 이야기, 회사의 온갖 잡다한 일에는 약속한 듯 ‘근우야’ 주문을 외운다는 에피소드 등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네이버 포스트 '그 남자의 사회생활' 캡처 2016년부터는 ‘짤’ 대신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레고 피규어를 등장인물로 설정해 스토리에 맞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생길 때 마다 레고 피규어를 하나씩 추가하다보니 300개 이상의 레고 피규어를 구입하게 됐다고. “한 장면 한 장면 직접 촬영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평일에는 회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 콘텐츠를 만들었죠. 쉬고 싶어도 구독자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회사 선배들이 소재도 많이 제보하고 도와주세요. 본인 이야기가 나오진 않을지 기대도 하시고, 일부러 제 앞에서 웃긴 에피소드에 대해 수다를 떨 때도 많아요.” ‘인턴나부랭이’였던 장 씨는 이제 ‘사원나부랭이’로 진급했다. 그동안 회사도 두 번이나 옮겼는데, 모두 ‘그 남자의 사회생활’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덕이다. 그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본 여러 회사에서 그를 콘텐츠 제작자로 모셔가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다. “콘텐츠를 연재하고 나서는 한 번도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됐어요. 사실 대학 졸업 전까지만 해도 당장 뭘 해먹고 살아야할지, 어느 회사에 입사해야할지 막막했거든요. ‘학교에서 조교나 할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지난 해 11월에는 ‘콘텐츠의 정석’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의 포스트 구독자 중 한 명이 출판사에 입사하면서 장 씨의 콘텐츠와 관련한 책 기획안을 직접 회사에 제안한 것이다. 책에는 글쓰기 비법, 이미지 배치, 플랫폼 찾기 등 콘텐츠 기획자를 위한 정보를 담았다. “얼마 전에는 독자와의 만남 시간도 가졌는데, 많은 분들이 인기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제 답은 늘 하나예요. ‘꾸준히’ 하는 거죠.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죠. 구독자가 10명 밖에 없다고 포기했다면 지금까지 절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의 콘텐츠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반드시 생긴답니다.” 사진=이승재 기자 phn0905@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