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불문 대학생 뜨거운 관심…“모든 재학생 선거권 주어져야, 포퓰리즘 성격 공약도 문제”
-다른 형태·운영 방식의 여성자치기구 필요성 제기
[캠퍼스 잡앤조이= 김인희 기자/ 이유진 대학생 기자] “여자는 스물여덟에 결혼 하는 것이 금메달, 서른 넘은 여자랑 결혼하려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한 대학 교수가 강의시간에 던진 말이다.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여자 대학생에 대한 성 차별 발언, 성희롱 사건 등 피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졸업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국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세대에서는 ‘한 교수가 강의시간과 종강 뒤풀이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이 교수가 여학생들을 전부 강당 앞으로 불러내 자기소개 시키고 이상형을 밝히라고 요구한 뒤 남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골라가라’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양대의 경우 한 여대생이 성폭력을 당해 양성평등센터를 찾았으나 관계자는 ‘증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가 버젓이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전례도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되면서 대학생들은 여학생을 위한 자치기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요 대학에 있던 총여학생회는 없어지고 있다.
한양대 총여학생회 낮은 투표율로 부활실패 ‘왜’…기존 선거방식·운영형태 ‘문제 제기’
지난해 11월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3년 만에 총여학생회 선거가 열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총여학생회의 부활은 42%의 낮은 투표율로 무산됐다. 총여학생회 선거본부 리본 측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승복하면서도 “여전히 학내의 다양한 여성 혐오 문제와 여학우들의 성 폭력·성추행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기간동안 학생들은 총여학생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총여학생회 선거 방식, 선거본부 공약 등을 비판하거나 총여학생회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은 학생 모두에게 총여학생회 선거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총여학생회는 학생회비로 운영된다. 다만 학칙에서는 총여학생회의 구성원인 여학생들만이 선거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학생들은 “똑같이 학생회비를 냈는데 재학생의 권리인 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총여학생회 부활을 반대했다.
또 총여학생회 선거본부에서 내건 공약을 두고 “여학우들의 기본적인 안전이나 인권 보장을 넘어 불필요한 포퓰리즘적 행위에 지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총여학생회 선거본부 리본 측이 내건 공약 가운데 여학생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장려하는 ‘여친소 프로젝트’와 여학생들만의 엠티를 주관하겠다는 공약이 그 예다.
남학생들만 총여학생회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여학생들도 총여학생회에 대해 상당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선거권자인 여학생의 과반수가 총여학생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총여학생회에서 여학우를 피해 대상, 약자만으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김 모씨(한양대 전기생체공학과2)는 “남자가 대부분인 학과에 다니면서 한 번도 여자라서 피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총여학생회가 남학생들을 잠재적 가해자, 우리를 잠재적 피해자라고만 규정해서 학내 분위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여학생들 피해 고통 해결 단체 필요성 제기…자치기구 찬반은 여전히 ‘팽팽’
한양대 총여학생회가 부활에는 실패했지만 선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총여학생회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양대 대나무숲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총여학생회 선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가득했다. 또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대자보들이 붙었다.
학생들은 커뮤니티나 대자보를 통해 기존의 총여학생회는 선거방식과 운영 형태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 폭력·성추행 등으로 피해를 입는 여학우들을 도와야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총여학생회’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인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학생을 위한 자치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여학생을 위한 자치기구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ih08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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