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연소·아시아 최초 기록…노르웨이 국립극장서 시상식
"연극 싫어한다" 소감에 웃음바다…"연극이 뭔지 계속 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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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에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구자하(42)가 운을 떼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 모인 700여명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구자하는 "정확히 말하면 동시대 감각을 잃어버린 채 과거의 형식에 머물러 있는 연극을 싫어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지 않는 연극을 싫어한다"고 했다.
공연예술 작가 겸 작곡가, 비디오 아티스트인 구자하가 26일 밤(현지시간) 노르웨이 정부에서 국제입센상과 상금 250만 크로네(약 3억5천800만원)를 받았다.
그는 연극, 정확히 말해 서양 전통을 답습하는 연극을 싫어한다고 거듭 말해온 자신이 세계 연극계 최고 권위라는 입센상을 받는 아이러니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연극을 사랑하기 때문에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어쩌면 연극을 계속 의심하기 때문에 연극을 만드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대에는 누가 설 수 있는지, 누가 말할 수 있는지,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하고 싶습니다."
구자하는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입센상을 역대 최연소이자 아시아 최초로 받은 작가로 기록됐다. 입센상은 노르웨이 출신 극작가 겸 연출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을 기려 2007년 제정됐다. 2010년부터는 격년으로 시상하고 있다.
입센상은 한 시즌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올리비에상 등 다른 연극계 상들과 달리 작가나 극단의 작업 전반을 평가한다. 욘 포세(2010년)와 페터 한트케(2014년)는 이 상을 수상하고 나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올해 수상자 선정 기준으로 '너무 자주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세상에서 연극을 사이의 공간, 즉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하는 상상력'을 내걸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잉그리드 로렌첸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무대에 올라 "그는 이데올로기와 플랫폼의 관습을 뛰어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며 "구자하의 작품을 관람하면 질문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건 소중히 간직하고 찬사를 보내야 할 경이로움의 극장"이라고 말했다.

구자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2011년부터 유럽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클럽에서 잠시 전자음악을 하다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예술대학에서 동시대 연극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벨기에 겐트에 있는 공연예술기관 캄포(CAMPO)의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음악과 영상, 텍스트, 로보틱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인간의 연기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연극의 틀을 깨 왔다. 2014년부터 6년에 걸쳐 완성한 '하마티아 3부작'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한국 사회의 언어·경제·문화 제국주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구자하는 "내가 입센상을 받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직 그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어쩌면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계속 질문하고 이미 그려진 지도의 중심이 아닌, 아직 그려지지 않은 곳을 향해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하는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함께 만든 정은경(시노그래퍼)과 드리스 두이비(드라마투르그)를 무대 위로 부른 뒤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은 것을 함께 상상해 왔다"며 공을 돌렸다.
수상 발언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쳤다. 각본가로 일한다는 이브라힘은 구자하가 이미 '거물급 아티스트'라며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작가들은 경력이 거의 끝나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구자하가 세계 연극계를 이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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