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베이징 회담 후 넉달 만에 재회…'무역 휴전' 연장 등 논의 관측
대만·이란 등 안보 현안도 테이블 오를 듯…'북미대화' 中 역할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에서 미국 워싱턴행 전용기에 오르면서 2박3일 간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시 주석은 11년 만에 진행하는 이번 국빈 방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소화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 이후 약 4개월 만에 마련되는 정상회담으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세 번째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전면적인 갈등 해소를 시도하기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역 휴전'을 연장하고 인공지능(AI) 등 주요 경쟁 분야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상회담 직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벌인 협상에서 AI 사고 통보체계와 무역 분야의 구체적인 협의 방안이 논의되면서 두 정상이 이를 어느 수준까지 합의로 끌어올릴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양국 전략 경쟁의 핵심인 첨단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는 별도 사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에 논의되는 AI 협의 메커니즘에 첨단 AI 칩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 문제에서도 미측 당국자들은 최근 고위급 협상 이후 별도의 진전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도 베이징 회담과 마찬가지로 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분야에서 합의를 축적하는 방식의 휴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AI 모델의 통제 불능이나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국이 이를 서로 통보하는 등의 안전장치 마련을 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AI 패권 경쟁이 이번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핵심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양국이 AI 발전을 경제·군사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보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과 미국 기술 복제 의혹, AI 산업 규제 등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미중 경제수장 사전 회담과 관련해 관영 신화통신 등을 통해 양측이 AI에 대해 논의했고,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 의견교환을 했다는 수준의 사실만 전하는 등 구체적 의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AI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는 시 주석의 수행단 구성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AI 핵심 인재 보호를 위해 시 주석의 방미 수행단에 딥시크·문샷 등 주요 AI기업 수장들을 제외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 분야에서는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형성된 '무역 휴전'의 연장 여부와 농산물, 에너지, 희토류 수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양국 무역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대두 등 농산물의 수출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양국이 AI·투자·무역 분야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대신 더 장기간의 무역휴전을 제공하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과 이란 문제는 이번 회담의 주요 지정학적 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1982년 미중 '8·17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에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며, AP는 미국의 대(對)이란 고립 전략이 교역 권리를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과 맞서고 있다고 짚었다.
이밖에 '북미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된 의견교환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다만 미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 등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새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측은 시 주석의 이번 방미가 11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고 수준의 의전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오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공항에서 직접 맞는 것은 이례적 의전이다.
이튿날인 24일에는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의장 행사에 이어 정상회담이 열리고, 같은 날 저녁에는 시 주석 부부를 위한 백악관 국빈 만찬이 진행된다.
방미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에는 백악관에서 차담 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방문에서 양국 정상이 미중 관계와 세계 평화·발전에 관한 주요 문제를 놓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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