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 강대국 중심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요구
유엔 사무총장 호소에도 상임이사국 '권력 포기' 의사 없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글로벌 질서를 뒤흔드는 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국 정상들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유엔 실패론을 또 한 번 강조하며 강대국 중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전쟁은 미국, 러시아와 다른 3개국이 행사해 온 유엔 지배력을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세계 지도자들의 오래된 요구에 새로운 추진력을 더했다"며 유엔 총회에서 제기된 유엔 안보리 개혁 주장을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 주요 분쟁에서 유엔 안보리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유엔의 무력함과 현행 안보리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이다.
유엔은 193개 회원국이 활동하지만, 국제 평화·안전 보장과 같은 핵심 업무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가 맡는다.
임기에 따라 선출되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과는 달리 상임이사국(P5)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으로 고정돼 있다.
특히 P5는 안건 통과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때문에 안보리 권력이 지나치게 이들에게 집중돼 있고,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중견국과 약소국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190여개국의 의지가 5개국의 변덕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체제는 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신뢰를 완전히 구축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며 "안보리는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는 원칙에 따라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안보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연말 퇴임을 앞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오래된 유엔 안보리 개혁론에 다시 한번 힘을 보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80년 전의 권력 구도가 아니라 오늘날 변화한 세계 경제와 국가의 상대적 중요성·현실을 반영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이날 호소했다.
유엔 회원국 대부분이 안보리 개혁을 촉구하지만 개혁의 당사자로 분류되는 P5 당사국은 안보리 권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특정 국가 통제 집중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등 단 두 강대국만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권력 집중 논쟁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란 전쟁 발발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역할 대신 자국의 입장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이란과의 전쟁을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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