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40%, 10년새 1인당 GDP 성장률 반토막"
이코노미스트 분석…"제로·저성장 68개국 11억명→80개국 33억명"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10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진 지역에 사는 인구가 33억명으로 세계 인구 5명당 2명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이 이같이 떨어진 국가 및 해외영토는 80곳으로, 2014년 68곳보다 늘었다.
중국과 러시아, 독일, 브라질 등 주요 경제 대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최근 이같은 '불행한 클럽'에 가입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인구로 따지면 2014년 11억명으로 세계 인구 6명 중 1명꼴이었으나 2014년엔 5명당 2명꼴인 33억명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1인당 실질 GDP가 오히려 감소해 생활 수준이 하락한 인구는 7억3천명을 넘는다.
이들 국가는 캐나다 같은 선진국부터 콩고민주공화국(DRC) 같은 최빈국까지 범위도 넓고 인구구조부터 경제정책까지 저성장 배경에 있는 문제도 다양하지만, 국민 생활 수준의 하락이라는 같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의 경우엔 생산성 둔화와 이민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주민 유입은 장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지만,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이주민을 다수 받아들인 독일의 연평균 실질 소득 증가율은 0.6%에 불과하다.
브라질과 같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개발도상국은 원자재 호황이 끝나고선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루과이와 칠레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의 수입도 정체 상태다.
이는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존의 사회 전제를 뒤흔들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성장둔화 시대에 자란 세대가 성인이 된 국가에서 시민과 국가 간의 '사회계약'이 재작성되면서 정치판을 바꿔놓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작년 저스틴 제스트 조지메이슨대 교수 연구진이 유럽인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선 40% 넘는 응답자가 '우리 세대는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였고 그다음이 18∼34세 젊은 층이었다.
연구진은 이같은 '향수성 박탈감'(nostalgic deprivation)에 빠진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55%포인트 높다고 분석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10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에선, '열심히 일하면 늘 보상받는다'고 믿는 중국인은 2014년 62%에서 2023년 28%로 급감했다.
벨기에 루벤대 연구진은 성장 둔화가 정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좌우를 막론하고 유권자들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집권당의 탓으로 여긴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에서 2022년 16∼34세 청년층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당선 동력이 됐는데, 생활 수준 정체를 겪는 중 내달 대선에선 우파 라이벌(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정치 불안정은 성장 촉진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더 큰 불안정을 만든다. 10년 뒤 더 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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