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사변 발발' 9월18일에 상품 출시 계획…中법인 사과에도 결국 협업 종료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일본 패션 브랜드가 중국에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던 일본 애니메이션과 협업하고 만주사변 발발일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하려다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3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위고(WEGO)가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와 협업해 의류와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커지자 협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됐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2020년 인체실험을 하는 악당 캐릭터 '시가 마루타'(志賀丸太)를 등장시켜 중국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마루타'는 본래 '통나무'라는 뜻이지만, 과거 일제의 생체실험 부대인 731부대가 실험 대상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했던 표현이기도 하다. '시가' 역시 일본 세균학자 시가 기요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월에도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이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와 협업을 예고했다가 중국 각지에서 열리는 코믹콘(만화 콘텐츠 박람회)에서 보이콧을 당하며 비판을 받았다.
위고가 상품 출시일을 9월18일로 정한 사실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1931년 9월18일은 중국 관동군이 중국 동북부 선양 인근의 남만주철도 선로를 폭파한 뒤 이를 중국군 소행으로 몰아 군사행동을 개시한 만주사변의 발생일이다. 중국에서는 이날을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한 날로 규정하고 있다.
위고의 중국 법인은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1일 밤 사과문을 내고 일본 본사가 현지 시장을 대상으로 한 협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충분하고 신중한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일본 본사가 해당 협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관련 홍보물을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중국 법인은 또 "회사는 줄곧 중국 소비자의 감정을 매우 중시하고 중국 사회의 공통된 인식과 국민의 감정을 존중해왔다"면서도 향후 검토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개한 입장문의 표현이 중국에서 발표한 사과문과 달랐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재차 비판이 일었다.
위고는 일본 홈페이지에는 협업 상품 판매 중단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없이 '여러 사정'에 따른 것 이라고만 공지했다.
1994년 일본에서 설립된 위고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오는 29일 중국 상하이에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 예정이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이 위고가 중국 젊은 소비자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역사적으로 민감한 날짜에 논란이 된 작품과 협업 상품을 출시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짚었다.
중일 양국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정치·외교에 이어 문화·콘텐츠 등 분야에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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