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기 상원서 무산된 후 다시 발의…회기 내 재추진 못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하원에서 시한부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사망 합법화 법안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11일(현지시간) 오후 하원에서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말기 성인 환자(삶 종료) 법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270표, 반대 286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여생이 6개월 이하라고 진단받은 성인 말기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거의 같은 내용의 조력사 허용 법안이 앞선 회기에서 추진돼 작년에는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1천개 넘는 수정안이 발의되면서 올해 봄까지였던 처리 기한을 넘겨 무산됐다.
당시 찬성 진영은 새로운 회기에 비슷한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집권 노동당의 로런 에드워즈 의원이 이번 회기에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앤디 버넘 정부는 이 법안이 노동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고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확인했고, 버넘 총리는 이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에드워즈 의원은 부결 후 낸 성명에서 "나뿐 아니라 수많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내년 봄까지로 예상되는 이번 의회 회기에서는 재추진될 수 없다.
찬성 진영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고통을 끝내고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를 옹호해왔다. 반면 반대 진영은 안전장치가 부족해 환자가 강압적으로 조력사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반대 진영은 부결을 환영했다. '케어 낫 킬링'(Care Not Killing)의 고든 맥도널드 대표는 취약한 사람들이 압박을 받은 끝에 조력사를 선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의원들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벨기에,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페인, 스위스, 미국 일부 주 등이 조력사를 허용한다. 프랑스도 최근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발효까지 최종 절차가 남아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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