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1천명당 학원 최대 5배 차…동네 따라 교육 인프라 편차
맞벌이엔 학원이 돌봄 역할…가족 정착·주거 선택에도 영향
(세종=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학원가가 주거지를 고르는 데 중요해요. 맞벌이하면 아이가 학교를 마친 뒤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줄 곳이 필요하니까요."
세종시에 사는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학원가'가 주거지 선택의 기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2차 이전 준비와 대통령 세종집무실·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으로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전 기관의 직원과 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기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은 학교뿐 아니라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학원 접근성이 주거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ADVERTISEMENT

◇ 세종, 동네 따라 학원·교습소 격차 최대 5배
13일 연합뉴스가 세종시교육청의 학원·교습소 현황과 주민등록인구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세종시 동 지역의 학령인구(6∼17세) 1천명당 학교교과 교습학원·교습소 수는 지역에 따라 최대 5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성동은 학령인구 1천명당 학원·교습소가 90.7곳으로 가장 많았고, 한솔동은 17.9곳으로 가장 적었다.
보람동(52.6곳), 소담동(45.6곳), 새롬동(40.7곳), 아름동(40.1곳) 등도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높았다. 반면 해밀동(18.2곳), 종촌동(21.7곳), 도담동(21.8곳), 어진동(22.5곳) 등은 적은 편에 속했다.
상업시설이 밀집하고 학령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성동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세종 내 생활권에 따라 학원·교습소 분포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ADVERTISEMENT

◇ 맞벌이엔 학원이 '교육+돌봄'…주거 선택에도 영향
늘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등 공적 돌봄이 확대되고 있지만 맞벌이 가구에서는 여전히 학원과 교습소가 자녀 돌봄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있다.
실제로 세종의 사교육 참여율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세종의 사교육 참여율은 79.9%로 서울(82.6%)에 이어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8.1%에 달했다.
세종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황모 씨는 "아이들을 매번 차로 학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집 근처에 학원이 있어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부모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원가 접근성은 실제 주택 수요로 직결된다.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에서 집을 구할 때 학원가 접근성, 셔틀버스 운행 여부 등을 고려한다"며 "학원가가 잘 갖춰진 생활권의 선호도가 꾸준히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2차 이전 앞둔 세종…"가족 정착 여건 만들어야"
교육·돌봄 인프라는 향후 세종으로 이전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가족 동반 이주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직장만 세종으로 옮기면 되는 1인 가구와 달리 자녀가 있는 가구는 학교와 학원, 돌봄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세종에서는 자녀 교육이나 배우자의 직장 등의 이유로 가족은 수도권에 남고 직원만 세종에서 홀로 생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실질적인 수도권 인구 분산으로 이어지려면 단순 청사 이전을 넘어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박사는 "맞벌이 가정은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한데, 학원은 아이가 안전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교육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사교육이 돌봄의 역할까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공기관 이전 지역의 경우 친인척 등 육아 지원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 이전의 본래 취지인 안정적 정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