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경매 수익 추모 사업에 사용"
문화재청 "문화유산 국외 반출 안 돼" 헌재 제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부'로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유품을 놓고 경매를 추진하는 일부 유족과 남아공 정부의 법정 다툼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남아공 문화유산청과 문화부는 최근 만델라 전 대통령의 큰딸인 마카지웨 만델라의 요청으로 미국 경매업체 건지스가 추진하고 있는 만델라 전 대통령 유품 29점의 경매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남아공 정부는 만델라 전 대통령 유품이 국가 문화유산에 해당한다며 경매와 국외 반출이 불법이고, 이 물품들이 남아공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유산청은 앞서 경매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낸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만델라의 유품을 사적으로 매매될 수 있는 물품으로 볼 것인지 남아공의 국가 유산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한 번 더 최고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경매에 부쳐질 유품에는 199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났을 때를 포함해 만델라가 평소 즐겨 입었던 셔츠와 안경, 1993년 신분증 원본,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들에게 받은 선물과 편지, 만델라 서명이 담긴 의류 등이 포함됐다.

이들 물품은 큰딸 마카지웨가 갖고 있던 것으로, 그는 경매 수익을 동부 이스턴케이프주에 부친 만델라를 기리는 추모정원을 조성하는 데 사용하겠다며 경매에 내놓았다.
만델라가 남부 도시 케이프타운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로벤섬 교도소에 복역할 당시 그를 지키던 간수이자 친구인 크리스토 브랜드가 내놓은 만델라 수용실 열쇠와 만델라가 서명해 브랜드에게 선물한 남아공 헌법 초안, 만델라가 사용한 운동용 자전거 등도 경매 물품에 포함됐다.
애초 이들 물품은 2021년 12월 처음 경매가 예고됐지만 문화재청이 일부 물품에 대한 반환과 관리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듬해 경매가 중단됐다.
경매업체는 2023년 12월 승소해 다시 경매를 진행했지만, 문화재청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경매가 또다시 중단됐다.
남아공 프리토리아 항소법원은 올해 1월 문화재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문화유산청은 정치적 과정이나 사건, 인물 및 국가 지도자와 관련 있음을 이유로 특정 물품을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남아공 국가유산법을 들어 해당 유품이 문화유산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소송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만델라와 관련된 평범한 물품도 자동으로 문화유산 보호 대상이 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각각의 물품이 왜 문화유산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특정 물품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되려면 특별한 가치나 높은 수준의 국가적 중요성을 지녀야 한다며 만델라가 생전에 서명한 수많은 럭비 국가대표팀 유니폼이나 정치적 의미를 지닌 의류 등 여러 다른 물품이 반드시 같은 문화유산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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