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이제 美에 실존적 위협은 中주도 '권위주의의 축'"
"테러 조직뿐 아니라 AI·드론 등이 대량살상무기 진입장벽 낮춰"
"9·11 이후 동맹들 결집했었는데…트럼프 동맹관이 위협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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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사반세기를 맞았다.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미 민항기 4대를 납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DC 인근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들이받아 약 3천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다.
당시 지구촌 최고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아메리카 대륙 본토가 공격받았다는 공포감은 미국의 안보 정책을 뿌리째 흔들었고 대테러 전쟁의 여파는 전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25년이 흐른 현재 그날의 초현실적 장면은 차츰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망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듯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9·11 테러를 반추하며 현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키워드로 '중국'과 '동맹'을 제시했다.
당시 테러의 배후에 중국은 있지 않았고, 동맹의 부재가 원인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자는 미 외교·안보의 새로운 초점이며, 후자는 핵심 수단이자 가치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목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벌이며 미군이 앞세운 구호다. 알카에다 같은 비(非)국가 테러 조직을 지원한 악의 축 국가들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비국가적 단체의 위협은 상존한다. 테러 조직을 통한 공격은 전쟁의 리스크를 덜고, 가성비가 좋으며, 책임 회피가 쉽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며 내건 명분은 25년 전처럼 '테러 지원 국가에 핵무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 미국이 마주한 더 큰 실존적 위협은 '권위주의의 축'(authoritarian axis)이며, 러시아·북한·이란이 속한 이 축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국방·안보국장은 지난달 21일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진술했다.
북한과 밀착하는 중·러는 이란의 전쟁 수행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는 의심 어린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국의 핵무기 및 재래식 전력 증강이 위협적이며, 이제 "중국과 공산당은 미 본토를 포함해 미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존스 국장은 말했다.
그는 "공격적 사이버 작전, 심리전을 포함한 영향력 작전, 비밀 파괴 공작과 전복 활동, 경제적 강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은 비정규전 또는 회색지대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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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냉전 시대 옛 소련을 억제했던 핵무기의 '상호확증파괴' 개념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입증됐다고 존스 국장은 지적했다. 핵무기를 가진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수도 및 핵심 시설이 각각 이란과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독립전쟁 시절 이후 1·2차 세계대전에서도 겪지 않았던 미 본토 공격이 9·11 이후 언제든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스팀슨센터의 크리스티나 맥알리스터와 신디 베스터가드는 지난 3일 홈페이지 기고에서 "비국가 행위자도 생화학·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통해 파국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9·11을 계기로 주목됐다면, 이제는 국가·테러 조직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합성생물학, 드론, 3D 프린팅 같은 기술의 확산이 WMD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짚었다.
게다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무기·탄약 소진이 심각해진 미국은 중국이 이끄는 다른 권위주의 국가의 위협에 맞설 대비 태세에 허점을 노출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전쟁에서 미군의 작전과 전투 수행을 눈여겨봤으며,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관객은 베이징"이라고 중동문제 전문가 엘리사 유어스는 미국외교협회(CFR) 보고서에서 표현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동맹의 가치와 역할이라고 9·11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근무했던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강조했다.
그린 소장은 지난 4일 이 센터 기고를 통해 9·11 당시와 그 이후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 편으로 결집했다"며 "기술·작전·정보 차원에서 오늘날 인도·태평양의 미국 동맹들(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은 9·11 이전보다 훨씬 더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을 경시하고 조롱하며 심지어 겁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미국을 향한 위협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그린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와 덴마크를 불필요하게 조롱하는 것은, 캐나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165명의 군인을 잃고 덴마크가 43명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캐나다와 덴마크 군인들이 파병된 것은 (9·11에서) 미국이 공격받았기 때문이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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