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지속성·장기투자 의심하며 '웃음극' 조롱
"추정치도 650억 배럴보다 200억 달러가 현실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와 맺은 '석유 합의'를 조롱조 표현으로 비판했다.
FP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합의는 웃음극(farce)"이라는 제목의 기명 분석 기사에서 이 합의가 비현실적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웃음극'(farce·笑劇)이란 관객을 웃길 목적으로 만든 짤막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으로, 포괄적인 '희극'(喜劇·comedy)보다도 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암시하는 표현이다.
FP는 "650억 배럴은 없고, 휘발유 가격은 내리지 않으며, 전략비축유도 채우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정"을 통해 "국가 정실 자본주의(state crony capitalism)에 대한 사랑과 19세기 제국주의에 대한 동경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세계관(Weltanschauung)을 완성하는 마감석(capstone)"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을 '세계 역사상 최대 석유 거래'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올해나 내년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주거나,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거나,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를 보충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존슨 기자는 전망했다.
FP는 아울러 이 거래가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FP에 따르면 1976년 이래 베네수엘라가 외국 석유회사와 맺은 어떤 협정도 대통령의 한 임기를 온전히 넘긴 적이 없다.
설령 투자 수익이 나오는 경우에도 매우 보잘것없는 규모일 것이고, 위험이 크고 비용이 높을 것이라고 FP는 전망했다.
협정의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이 때문에 대규모 장기 투자를 투자자들이 꺼리는 점도 문제다.
이번 합의를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정통성을 갖춘 정부 수반이 아니며, 이 때문에 향후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 협정의 여러 항목들을 폐기할 수 있고 또 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FP는 지적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 거래의 석유 개발권이 100년간 유효하다고 주장했으나, 개발권을 25년으로 제한하는 베네수엘라 법상 이는 불가능하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역시 기간이 25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지하자원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소유권이 확고히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어긋난다.
또 베네수엘라 법에 따르면 모든 탐사·생산 사업에서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이 지배지분을 확보해야 하며, 외국 투자자가 지배주주가 될 수는 없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석유가 650억 배럴이라는 주장도 유전의 회수율을 지하 매장량의 20%로 잡은 과도한 낙관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FP는 진단했다.
실제로는 회수율을 6∼8%로 잡고 200억 배럴로 추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FP의 분석이다.

합의에 따르면 오리노코의 중질유 유전과 마라카이보의 경질유 유전에 있는 17개 광구에서 민간업체들의 시추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든 허용된다.
일부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그린필드' 사업이고 일부는 기존 진행 사업이 있는 '브라운필드' 사업이며, 두 유형 모두 막대한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현재 하루 110만 배럴 수준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로 늘리는 데에 적어도 1천억 달러(137조 원)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업계에서 일했으며 현재 라이스대 베이커센터 소속 연구원인 루이스 파체코는 이번 합의에 대해 "(개발권 확보 기간) 100년은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얘기(off the table)고, 매장된 자원을 소유하는 것도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얘기고, '통제권'을 갖는다는 그런 발상 자체도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얘기다. 이것은 바나나 공화국식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병대가 석유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언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 초에 마두로를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미국 석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다시 하도록 유도하려고 시도해왔다.
FP는 현재도 미국 석유 대기업 대부분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부정적이이라며, 대기업 중에서는 셰브론이 유일한 예외이며 이와 별도로 지원을 받는 소규모 기업 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체초는 "석유 대기업들은 이런 조건에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트럼프는 '그러면 내가 하겠다. 아니면 우리 친구 중에서 투자할 누군가를 찾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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