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집중된 中지룽, 네팔과 교역·일대일로 사업 주요 거점
재난 대응 체계 현대화 목소리…일각선 "위험천만한 도박" 비판도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과 네팔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히말라야 횡단철도' 사업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히말라야를 관통하도록 계획된 만큼 공동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재난 대응 체계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 영향으로 토석류(土石流·debris flow·흙과 바위 파편 등이 물에 섞여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리는 현상)가 덮친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은 티베트와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연결하는 히말라야 횡단 철도 프로젝트의 중국 측 핵심 연결 지점으로 계획된 곳이다.
중국이 2016년 제안한 이 철도 건설 계획은 2019년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공동성명의 협력사업 목록에 '히말라야 횡단 다차원 연결망'으로 명시되면서 일대일로(BRI)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로 공식화됐다.
인도와 중국에 둘러싸인 네팔의 중국 측 국경이 히말라야 산맥으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중국은 철도 개설로 양국 교역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유럽까지 뻗는 일대일로 구축에 속도를 내려 한다는 해석을 낳아왔다.
다만 관련 철도 사업은 착공 일정이나 최종 사업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성 판단' 단계에 머물러 있다.
네팔 현지 매체인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12월 지룽∼카트만두 국경철도의 일부인 72㎞ 구간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지난 4월 관련 조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네팔 측에 넘겨줬다거나 본공사 착공 시기를 확정했다는 내용의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룽은 2024년 기준 중국과 네팔 연간 교역량의 30%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으로, 과거 양국 교역량의 최대 90%를 차지하던 장무 통상구가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훼손되자 그 대안 통상구가 구축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지난해 7월 티베트 빙하호 붕괴에 따른 홍수로 네팔 측과 연결되는 다리가 휩쓸려가며 교역이 중단됐다가 올해 1월이 돼서야 재개통하는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상황이 노출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네팔 대홍수로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인 양국 간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공동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CMP는 양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2016년 제안된 (철도) 프로젝트는 악천후와 열악한 지역 기반 시설 및 지정학적 마찰로 진척이 거의 없었다"며 공동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팔 트리부반대학의 발무쿤다 레그미 교수는 중국과 네팔 연구원들이 철도 프로젝트 추적을 위해 2022년부터 활동해 온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최근 글을 올려 "히말라야 중부 지역은 빙하호 호수 붕괴 홍수에 취약한 지역"이라며 "히말라야 유역 양쪽의 수문 재해는 서로 깊이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두 나라가 협력해 홍수 발생 위험이 높은 빙하호에 자동화된 실시간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부중국변경연구소의 양룽타오 연구원은 "양국 간 국경 관리가 여전히 1963년 국경 의정서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국경을 넘나드는 강을 역동적이고 위험도 높은 생태계가 아닌 정적 영토 경계선으로 취급해, 위험을 관리할 프로토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이러한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히말라야 전역에 걸쳐 실시간 데이터 공유와 공동 위험 관리를 공식화하는 현대적인 재난 예방 조약으로 의정서를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이 히말라야 특유의 지질·기후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르몽드는 중국의 칭하이∼티베트 철도,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짱부강·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수력발전 댐 프로젝트 등을 언급하며 "지진, 홍수, 영구 동토층 해빙이라는 히말라야 산맥의 극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또 티베트 학자로 알려진 로버트 바넷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내거나 주변국에 영향력을 투사하려는 시도는 자연의 한계를 상대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hjkim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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