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차이 딛고 무기·전투기술 거래…미군 "지역 아닌 세계적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예멘의 후티 반군과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분파 무장조직 알샤바브가 종파적 차이를 넘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홍해와 아덴만 일대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31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후티와 알샤바브는 무기 거래와 군사훈련 등을 매개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알샤바브는 알카에다 계열 가운데 가장 자금력이 좋은 집단이지만 첨단 무기와 군사훈련이 필요했고,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바탕으로 첨단 무기와 기술을 확보한 대신 자금과 아프리카 쪽 활동 거점을 원하면서 두 조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두 조직은 협력 관계를 맺기 전에는 종파적으로 적대적인 세력이었다. 후티 반군이 이슬람 시아파인 데 비해 알샤바브는 수니파이기 때문이다.
두 단체 공조의 핵심 연결고리 중 한 명은 소말리아 출신 무기 중개인 지브릴 야흐야 알리였다.
2023년께부터 후티와 알샤바브 사이에서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을 중개해온 그는 알샤바브가 대공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대전차미사일, 야간투시장비 등 첨단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후티 측과 접촉하는 데 관여했다.
미국은 지난 2월 예멘에서 공습으로 지브릴을 제거했지만 이미 구축된 두 조직 간 협력망을 끊어내지는 못했다.
후티 측에서 알샤바브로 보내지는 무기는 예멘의 위장회사를 거쳐 민간 물품으로 둔갑한 뒤 쾌속정이나 어선을 이용해 아덴만을 건너 소말리아로 밀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의 협력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군사훈련으로 확대됐다. WSJ에 따르면 최소 100명의 알샤바브 대원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으로부터 드론 조립·운용, 대공작전, 사격술, 폭발물 제작기술 등을 익힌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후티 교관이 직접 소말리아로 건너가 알샤바브 대원들에게 드론 운용을 지도하기도 했다.
알샤바브는 소말리아 내 기업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검문소와 모가디슈항 등을 통해 연간 최소 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후티가 제공하는 무기와 훈련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할 여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후티 반군에게는 자금 못지않게 소말리아의 지리적 가치도 중요하다. 예멘과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소말리아는 주요 원유 해상수송로를 감시·위협할 수 있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베르베라항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후티는 알샤바브와 협력해 이스라엘의 활동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후티와 알샤바브 간 동맹이 중동과 동아프리카의 안보뿐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시장까지 더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주둔 미군 사령관인 대그빈 앤더슨 장군은 "알카에다의 가장 크고 자금력이 풍부한 분파인 알샤바브가 더 정교한 무기와 훈련에 접근하게 됐고, 후티는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병목지점 가운데 하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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