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피해액, 두나무 외 전체 VASP 영업익의 3.4배 달해
"큰 사고 나도 구제 어려워…2단계 입법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가상자산 기업들이 시장 침체와 제도 공백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에도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제도 공백 속에 되풀이되는 업계 부작용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행위 피해액은 경찰청 집계 기준 4천430억원에 달했다.
투자 사기(3천105건)와 유사 수신·다단계(252건)가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마친 27개 업체 중 두나무를 제외한 26개 업체의 지난해 영업손익은 총 1천292억원에 그쳤다.
업체당 50억원꼴이지만, 상당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합법적인 기업 다수가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는 동안 범법자들이 가상자산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을 끌어들여 3배 이상 큰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지연되며 사업상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이처럼 사기성 업체들로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지켜보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업계는 겨울을 지나고 있는데 비상장 코인을 다단계 형식으로 파는 선릉역 인근 사무실에 매일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며 '마케팅만은 배워야 한다'고 농담한다"고 말했다.

불법 업체들이 가상자산 업계 전체 이미지를 더럽히면서 영업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일부 사기 세력이 '코인'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성실한 기업들까지 같은 프레임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규제를 준수하면서 실물연계자산(RWA), 결제 시스템, 금융 인프라 등 실질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어, 이제는 업계를 무조건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는 사기 행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의 명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가 명확지 않다 보니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유입되고, 그 과정에서 큰 사고가 났을 때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테라·루나 피해자도 구제를 못 받지 않았나"라며 "법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사업 가능·불가능 영역을 구분하고 사고가 났을 때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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