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요르단강 서안 내 'E1' 구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위한 시공사 입찰을 기습적으로 개시했다.
이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을 초치하고 공동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입찰 취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띤 베냐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정부는 그동안 다수의 서안 정착촌 확장 계획을 승인해왔다.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유독 한목소리로 E1 구역의 정착촌 강행에 '레드라인'(Red Line)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E1(East-1)은 동예루살렘의 바로 동쪽부터 서안 내 거대 유대인 정착촌인 마알레 아두밈 사이에 자리 잡은 약 12㎢ 면적의 구역을 말한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전적인 치안·행정 통제권을 갖는 'C구역'에 속한다.
이스라엘의 구상은 이 비어있는 공간에 약 3천400세대 규모의 거대한 유대인 주택 단지와 상업 시설을 건설해, 예루살렘과 마알레 아두밈을 하나의 거대한 띠로 연결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착촌이 완성되는 순간 팔레스타인의 영토가 지리적으로 단절된다는 점이다.
E1에 정착촌이 들어서면 요르단강 서안은 라말라 중심의 북부와 베들레헴·헤브론이 있는 남부로 완전히 두 동강이 난다.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 영토의 '허리'가 끊어지는 셈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동예루살렘의 고립이다.
팔레스타인은 미래 독립 국가를 세울 때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E1 구역이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채워지면, 동예루살렘은 서안의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과 완전히 차단된 채 이스라엘 정착촌에 둘러싸인 거대한 '고립된 섬'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스라엘 내 시민단체인 '피스나우'(Peace Now)조차 이 건설 계획이 일부만 실행되더라도 서안은 남북으로 갈리고 동예루살렘이 고립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영토의 연속성이 파괴되고 수도가 고립된다면, 지리적으로 온전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국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국제사회의 대원칙인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명백한 물리적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 척박한 땅에 수십 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칸 알아마르(Khan al-Ahmar) 마을의 '자할린'(Jahalin) 부족 등 팔레스타인 베두인 유목민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심각한 인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 상황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E1 구역은 단순한 분쟁 지역을 넘어 중동 평화의 최후 보루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조차 역대 정권에 걸쳐 E1 구역의 정착촌 건설만큼은 강력히 만류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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